‘이러다 선수들 다칠라’ 탄력적이지 못한 심판 판정 [기자수첩-스포츠]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4.06.08 07:00 수정 2024.06.08 09:05

주루 방해 정상 판정 내렸으나 비디오 판독으로 뒤집혀

베이스 가로 막는 야수들 플레이, 주자들의 부상 야기

두산 이승엽 감독(자료사진). ⓒ 뉴시스

두산 이승엽 감독마저 화나게 한, 탄력적이지 못한 심판진의 판정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NC의 경기. 두산이 1-0으로 앞선 9회 1사 1루 상황에서 이유찬이 2루 도루를 시도해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이에 NC 더그아웃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비디오 판독 결과 아웃으로 정정됐다.


그러자 두산 이승엽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격하게 항의했다. 이 감독은 NC 유격수 김주원이 2루 베이스를 막았으니 주루방해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비디오 판독 결과에 어필할 경우 자동 퇴장. 그럼에도 이 감독은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KBO 역시 곧바로 조치에 나섰다. KBO는 이튿날 “심판들간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심판조장과 2루심에게 각각 50만원의 벌금 및 경고 조치에 나섰다.


사실 이 장면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반복해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다. 그러면서 탄력적이지 못한 규정 적용은 물론 향후 큰 부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먼저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프로야구 심판들의 판정 문제다. 지난 4월에는 올 시즌 첫 도입된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을 놓고 큰 논란이 발생했다.


ABS와 다른 볼 판정이 나오자 4심 합의에 나섰고 자신들의 실수를 은폐하려는 발언이 고스란히 중계 마이크에 잡혔다. 공정과 신뢰를 저버린 해당 심판은 아예 계약 해지 조치됐고, 나머지 둘은 3개월 정칙 처분을 받았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2루심은 아웃과 세이프 여부를 판단하기 전, 주루방해를 지적하며 제대로 된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심판들 간의 소통부재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비디오판독이 이어지며 오심이 나오고 말았다. 규정상 주루방해는 비디오판독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 뉴시스

주루 플레이와 관련한 느슨한 규정도 문제다.


루상에서 주자와 야수의 충돌은 양 측 모두에 심각한 부상을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KBO리그 역시 이와 관련해 몇 차례 논란이 발생하자 야수들이 베이스를 가로막던 관행이 점차 사라졌다. 다만 규정 적용이 포수와의 충돌이 벌어지는 홈플레이트로 한정되는 게 문제다.


이와 달리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올 시즌부터 2루와 3루에서도 야수들이 베이스를 가로 막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주자의 손목과 발목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반면, KBO리그는 이와 관련해 아직 움직임이 없다.


계속해서 불거지는 오심, 심판들의 소통 부재, 바뀌지 않는 개정 등으로 선수들은 다치고 야구팬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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