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강’에서 ‘울산의 심장’으로…시민들이 만든 ‘태화강 국가정원’[이생관]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4.06.03 06:30 수정 2024.06.03 09:57

공업용수로 버려진 울산의 골칫덩이

시민들이 정화작업 앞장서 명품 공원으로 재탄생

십리대숲 등 보존가치도 뛰어나


태화강 국가정원은 평지에 조성돼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24시간 개방돼 접근성이 좋다. 울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태화강을 둘러보길 추천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 이달의 생태관광지(이생관)는 환경부에서 자연환경의 특별함을 직접 체험해 자연환경보전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기 위해 2024년 3월부터 매달 한 곳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전국 생태관광 지역 중 해당 월에 맞는 특색 있는 자연환경을 갖추고, 지역 관광자원 연계 및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한다. 데일리안은 전국에 있는 생태자원 현장을 직접 찾아가 생태적 가치와 보존, 그리고 관광이 공존하는 ‘이달의 생태관광’을 직접 조명하고자 이 시리즈를 준비했다. 초보여행자, 가족여행자 눈높이에서 바라본 현장감 있는 시리즈로 풀어 나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난이도 = 광활한 평지에서 천천히 걷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사색에 잠긴다.

접근성 = 태화강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주차 공간도 넉넉하고 무엇보다 24시간 개방은 최고의 장점이다.

볼거리 = 사계절 모두 추천한다. 대나무 길이 펼쳐진 십리대숲은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가족 또는 연인들과 함께 와도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태화강은 1970년대 이후 급격한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인근 공단들의 무분별한 폐수 방류로 수질이 매우 더러운 강이었다. 당시 태화강을 지나는 버스와 택시들은 악취가 너무 심해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였다.


1996년 8월에는 태화강 숭어 떼죽음 사건이 일어나며 태화강이 얼마나 ‘오염된 강’인지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숭어 떼죽음이 발생했던 1996년의 태화강은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1.3ppm으로 6급 수준이었다. 태화강이 얼마나 오염된 곳인지 이 수치만봐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그런 태화강이 20년 후인 2016년에 BOD 평균 0.7ppm이하로 1급수 수준으로 변신한다. 도데체 이 20년간 태화강은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죽었던 태화강이 되살아나면서 시민들은 이제 태화강을 ‘울산의 심장’으로 부른다.


십리대숲 은하수길에 조성된 환상적인 야경. LED 조명과 등기구를 이용해 마치 은하수가 내려온 듯한 모습이다. 십리대숲길은 언제 방문해도 멋진 곳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 시민들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태화강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위한, 국민을 위한’이란 명언은 다양한 상황에서 인용되고 있다. 울산 태화강을 설명한다면 이 명언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태화강의 정화사업은 지자체인 울산광역시가 주도했다.


그러나 이를 지지하고 보존하고 만들어나간 것은 시민들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했다. 태화강 개선사업에서 ‘시민들’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2024년 현재의 태화강을 보면 왜 ‘시민들이 만든 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지 이해가 간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꽃 축제가 한창이다. 6월에는 태화강 마두희 축제, 장생포 수국축제 등이 열리니 태화강을 중심으로 축제를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일각에서는 영국 ‘템즈강의 기적’과 견줘도 손색 없을 정도로 태화강 수질 개선 사업은 성공적이었다는 찬사를 받는다. 그렇게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태화강은 지난 2019년 국가정원으로 지정된다. 지자체와 시민들의 노력이 비로소 보상을 받는 시기가 온 것이다.


1996년부터 2016년까지 20년 동안 울산광역시는 태화강 수질 개선에 공을 들였다. 이 기간 가장 중요한 사업이 바로 빗물과 폐수를 따로 처리하는 분류식 하수관거 작업이었다.


분류식 하수관거 사업은 공장과 주거의 오・폐수를 빗물과 따로 분류해서 오・폐수는 하수 처리장을 거쳐 하천이나 연안으로 방류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국가정원 자체가 상당히 넓고 볼거리가 많아 크게 붐비지 않는다. 곳곳에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울산은 분류식 하수 관거 비율이 96.4% 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비올 때 몰래 오・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것이 울산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울산 하수 처리 시설은 공업 도시 특성상 공업 단지의 하수를 처리할 것을 상정하고 설계돼 처리 능력이 매우 높다. 3군데 하수 처리장에서 20만7000㎥/일 수준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다.


이런 심폐소생술을 거쳐 국가하천으로 거듭난 태화강은 이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수달, Ⅱ급인 삵 등 모두 453종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이 됐다.


울산에서는 태화강 생태계와 철새 등 야생 동・식물 서식지를 보전하고자 2003년에는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2008년 태화강 일원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또 여름철새이자 대표적인 습지 서식 물새로 잘 알려진 백로류(7종) 8000여 마리가 3월부터 날아와 번식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백로들 번식과정을 관찰할 수 있게 탐조 전망대도 갖췄다.


태화강 국가정원 초입의 십리대밭교(고래다리) 모습. 입구부터 시원스런 대나무숲이 반겨준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겨울철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큰고니, 검은머리물떼새 등이 태화강에서 월동하는 등 도심 속 대규모 철새도래지로 장관을 이룬다. 2021년 5월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서식지(EAAF150)로 등재됐다.


차은철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장은 “하천을 활용한 수변생태 정원인 태화강은 자연생태를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염된 강을 되살린 울산 시민의 노력과 발자취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라며 “접근성과 볼거리가 풍부해 연인, 가족단위 남녀노소 누구나 찾을 수 있다. 태화강의 생태적 가치와 경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즈넉한 ‘십리대숲’…태화강과 함께 울산 축제를 즐기자


태화강의 큰 장점은 바로 접근성이다. 국가정원임에도 한강처럼 24시간 개방된 곳이다. 태화강 국가정원 자체도 아름답지만 이곳에가면 반드시 ‘십리대숲’을 둘러보자. 한여름에도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청량하기 그지 없다. 특히 ‘십리대숲 은하수길’은 수십대의 LED 조명과 등기구를 설치해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운영시간은 일몰 후부터 밤 11시까지다.


십리대숲은 태화강 국가정원 서쪽에 솟은 오산을 중심으로 삼호에서 용금소(태화루)까지 10리(약 4km) 구간의 23만6600㎡ 대나무군락지다.


한 낯의 뜨거운 태양도 십리대숲에 들어서면 시원한 바람으로 바뀐다. 트레킹도 좋고 쉬엄쉬엄 산책도 좋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십리대숲 대나무는 고려중기 문장가인 김극기의 시 ‘태화루’에서 그 모습이 묘사돼 있다. 1749년 울산 최초 읍지인 ‘학성지’에도 기록이 있다. 오래전부터 대나무가 자생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십리대숲 이외에도 2019년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이래 생태정원, 대나무정원, 무궁화정원 등 6개 주제로 20개 이상의 세부정원이 조성돼 있다.


이렇게 다양한 생태화 볼거리가 풍부한 태화강은 연중 축제 분위기다. 특히 6월에 울산을 방문하면 태화강 외에도 태화강 마두희 축제(6월 14~16일), 장생포 수국축제(6월 7~20일)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태화루, 고래문화특구, 반구대암각화 등 다양한 관광지도 볼거리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을 보고 싶다면 태화강으로 가자. 분명히 SNS에 한 컷 올릴만한 인생샷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아울러 철새여행 버스 탑승, 백로 번식지 관찰, 모감주나무 꽃 관찰 체험, 백로 기념품(종이공예) 만들기 등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한편 환경부는 6월 ‘이달의 생태관광지’로 태화강 국가정원을 선정했다. 환경부는 자연환경의 특별함을 직접 체험해 자연환경보전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기 위해 올해 3월부터 매달 1곳을 ‘이달의 생태관광지’로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박선민 환경부 청년인턴은 “태화강 국가정원은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 사진사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이외에도 무장애 전기 관람차를 타고 둘러보거나, 정원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생생한 감상을 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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