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투세 도입시 단기투자로 인한 변동성 커질 것”
입력 2024.06.02 12:00
수정 2024.06.02 12:08
세금 회피성 단기 매물 처분 가능성 지적
금투세, 투자자 심리적 동기 측면 고려 X
상속세 개편도 자본시장 관점서 볼 필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도입되면 장기 투자보다 단기 투자를 촉발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31일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개최된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시장전문가 간담회’ 이후 백브리핑을 통해 “(금투세가 도입되면) 이익이 일정 났는데 손실을 인식해야 세금을 안 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장기 보유할 수 있는 것들을 단기간 안에 처분하게 될 요소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금투세를 단순 과세의 문제가 아닌 자본시장 성장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투세를 둘러싼 사안들이 단순 과세 대상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에 파급력을 미칠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투자자가 금투세 납입 대상이 되는) 한계에 다달으면 과세 대상이 되는 걸 피한다거나 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어떤 미시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세 대상이 되거나 과세 우려가 있는 사람들이 통상적인 주식 거래 목적이 아닌 과세 회피 목적으로 단기 매도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의 불확실성에 (개인투자자) 본인도 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금투세 자체가 합리적으로 설계되려는 노력을 했고 과세 당국에서도 여러 고려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면서도 “(금투세가) 투자의 특성이라든가 투자 행위자들의 어떤 심리적 동기 측면에서 과연 고려가 됐는지에 대해서 한 번 볼 필요는 있다”고 부연했다.
이 원장은 금투세 유예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대해서도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강하게 발언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했다.
그는 “(유예를 할거면) 향후 단계적으로라도 어떻게 할 건지 시장이 예측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단순히 그냥 지금 곤란하고 지금 시끄러우니까 유예하는 것들에 대해선 책임자 입장에서 조금 더 국민들께 노력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얘기를 하는 와중에 제가 조금 강한 표현을 썼는데 그 부분에 대해 불편한 분들이 있으면 죄송하다는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상속세 개편에 대해 야당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서도 중견 기업들의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등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을 거론했다.
현재 정부는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유산취득세 도입 등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최고 50%로 높고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증여할 때 적용되는 기본 공제 금액도 장시간 동결돼 부담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서다.
민주당은 정부의 상속세 개편 추진에 대해 국회 개원 첫 날부터 ‘부자감세 시즌 2’라며 반대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
이 원장은 “창업주 내지 현(現)대가 후(後)대에 적절한 방식으로 경영권을 물려줄 만한 상황이 생기는 지금 앞으로 10~20년 간 벌어질 수 있는 상황과 관련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봐야 한다)”며 “밸류업도 그렇고 자본시장 선진화라든가 투자 신뢰를 확보 차원에서 상속세 관련해 들은 얘기들을 보면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 원장은 금투세 등 현안에 대해 필요하다면 당국의 입장을 밝히고 국회 등과 대화를 이어가겠단 방침이다. 그는 “(정책) 내용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하시면 설명을 안 할 수 없는 입장에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 원장은 공매도 전산화 계획과 공매도 재개 시점에 대해선 이달 예정된 공매도 관련 토론회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와 관련해선 6월 10일 토론을 하면서 설명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