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회고록이 촉발시킨 '3金 여사 특검'…22대 국회 핵심 쟁점 될까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4.05.23 00:00
수정 2024.05.23 00:00

김정숙 여사 외유 논란 언급에 의혹 재점화

'김혜경 법카 의혹' 더해 "모두 특검" 주장

복잡해진 민주당 속내…"김건희 물타기"

"수사 중 사안…이슈 사그라들지 않을 것"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속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외유 의혹이 정치권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3김 여사(김건희·김정숙·김혜경) 특검'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았는데 이는 22대 국회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김 여사 특검법'은 김민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지난 7일 처음 제기했다. 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김건희 여사의 특검을 받는 대신 김혜경 여사의 국고손실죄 의혹, 김정숙 여사의 관봉권을 동원한 옷과 장신구 사모으기 의혹에 특검을 역(逆)제안하자"며 3김 여사 특검법을 제안했다. 다만 김 대변인의 제안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해당 논란을 "(김정숙 여사의) 독자 외교"라고 표현하면서다. 이로써 여당은 김건희 여사 이슈에 대응할 좋은 카드를 얻게 됐다. 실제 그간 여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 자체에 대해 언급을 꺼려왔다.


이에 국민의힘은 '김정숙 여사 특검'을 본격 언급하며 맞대응에 들어갔다.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도 22일 논평을 내서 "우리 정부가 먼저 요청한 김정숙 여사의 방문이 인도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둔갑됐다"며 "국민도 속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속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회고록에 사실이 아닌 내용을 버젓이 적은 것을 보면 문 전 대통령조차 참모들의 둔갑된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위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로막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야말로 국정조사와 특검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보기에는 단독 외교가 아니라 단독 외유같이 보인다"며 "이게 특검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도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 건에 대해 야당이 또 특검한다고 그러는데 대통령께서 사과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을 보면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이 인도 초청에 의한 것이라고 했는데 외교부가 밝혀낸 것을 보면 회고록 내용과 다르다. 외려 그런 부분에 대해 시시비비를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아울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함께 특검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친명계(친이재명계)'가 장악한 22대 국회에 들어서더라도 야당이 쉽사리 김건희 여사의 특검을 주장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어쨌든 관련 논란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평하게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김건희 여사 특검 방어용으로 김정숙 여사와 김혜경 여사에 대한 특검을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김건희를 언급하면 김정숙·김혜경이 자연스레 언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여당의 공세를 '물타기'라고 주장하며 진화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최고위원은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대응할 가치가 없는 마타도어(흑색선전)"라며 "김건희 특검법 등에 한 방어를 하기 위한 하나의 몸부림”이라고 비판했다.


고 최고위원은 "김정숙 여사가 만약 여행을 간 것이었다면 한 나라 정상인 모디 총리가 만나주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평산 비서실에서 대통령기록관에 가서 (인도에서 김정숙 여사를 초청한) 초청장을 확인하고 왔다. 그랬더니 외교부에서 '잘못된 발언을 했다'고 수정 발언을 했다"며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난데없이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특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김건희 물타기'에 불과한 생트집"이라고 잘라 말했다.


진 의장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은 인도 측의 초청에 의한 것"이라며 "인도가 최초로 초청한 건 김정숙 여사가 아니라 도종환 당시 문체부 장관이었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21대 국회 막바지 등장한 '3김 여사 특검' 이슈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2대 국회에서도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각 의혹들이 너무 커졌다"라며 "김정숙 여사 의혹도 고소가 들어가 있는 상태고, 김건희 여사 의혹도 수사 중에 있기 때문에 22대에도 (이슈들이) 사그라드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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