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미끄러졌는데도…'이재명 연임론' 더 공고해지나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입력 2024.05.20 00:00
수정 2024.05.20 05:19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영향력 강화

李, 강성 지지층 '달래기'…"이럴 때

일수록 당 책임지겠단 모습 보여달라"

김경수 귀국에도 비명 세력화는 난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원과 함께-민주당이 합니다' 충청편 행사에서 당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청래 최고위원. ⓒ뉴시스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지지와 함께 '명심(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의중)'도 등에 업었던 추미애(하남감) 당선인의 국회의장 경선 패배를 두고, '이 대표 일극체제에 대한 반감 표출'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이 대표의 리더십엔 상처가 난 상황이지만, 반대로 당대표 연임론은 더욱 대대적으로 부상할 것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당선인을 누르고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후폭풍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당내 친명 강경파들은 의장 경선 이전부터 대두되던 '이재명 대표 연임론' 대세 기류를 연속해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대표를 비롯한 강성 지도부는 추미애 당선인에 대한 지지가 강했던 강성 지지층을 다독이는데 속도를 내는 등 뒷수습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연임론과 관련 "아직 임기가 네 달 가까이 남았기 때문에 깊이 생각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는 신중론을 보여왔다. 하지만 일극체제에 일격을 맞는 '대반전'이 발생해, 연임 결단을 둘러싼 고심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 대표는 차기 전당대회와 강성 지지층들의 당 장악력을 염두한 듯, 이날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원 콘퍼런스에 참석해 "최근 당에 대해 섭섭해하는 당원들이나 아파하는 당원들이 꽤 있겠지만 우리는 언제나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당을) 혼내기 위해 탈당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당비를 끊으시라. 탈당하면 다시 복당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이런 때일수록 '내가 (당을)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고맙겠다"라고 말했다. 당 운영에 대해서 "우리는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으로 나아가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현장에서 이 대표는 '연임해 주세요'라고 쓰인 질문지를 받고선 "연임…"이라고만 읽고 즉답을 하지는 않았다. 옆에 있던 황정아 대변인이 '연임하기로 한 것 아니냐'라고 묻자 이 대표는 소리 내 웃었고, 현장에선 이따금 당원들의 '연임' 구호가 터져나온 것으로도 알려졌다.


최근 이재명 체제의 수석최고위원인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른바 '당원 달래기' '이재명 연임론 강화' 행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강성 지지층들의 여론을 의식해 위해 입법부 수장에 내정된 우 의원과의 정면충돌까지 불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 최고위원은 선거 결과와 관련 당원들에게 '미안하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날도 당원들의 '이 대표 연임' 구호에 정 최고위원은 "방금의 외침, (나도) 여러분의 생각과 같다"라고 호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원과 함께-민주당이 합니다' 충청편 행사에서 사회자 소개를 받으며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강성 지지층들 내부에선 우 의원의 선출에 대한 반발로 '탈당 선언'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한쪽에선 탈당은 이 대표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당에 남아 오는 전당대회를 바라봐야 한다는 만류의 목소리도 분출되는 상황이다.


기존엔 대의원이 30%,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25%, 일반당원 5% 비율로 투표를 해 당대표를 선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 수가 급증했고,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표에 육박하게 되면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표의 등가성'을 둘러싼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지난해 말 관련 당헌·당규가 개정, 민주당 당대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합쳐 70%, 국민여론조사와 일반당원 여론조사를 합쳐 30%로 선출키로 했다. 대의원의 권한은 기존 60대1에서 20대1 이내로 조정, 권리당원의 몫을 늘리면서 강성지지층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에 향후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리더십이 국회의장 경선을 통해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당대표 '연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장 선거와 전당대회는) 투표하는 사람이 다르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선거를 하는 것이 있고, 당원들이 선거를 하는 것이 있는데 (두 선거는) 천지차이다. 투표하는 사람이 다르다.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를 연임하고 안 하고 하는 것에는 (기존의 대세 기류와)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일단 리더십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갔다. 그립감에 문제가 있구나, 이 그립감을 더 키워야겠구나라고 생각하면 연임에 더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이 대표는 연임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이 이런 식으로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에) 대해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 생각해서 우원식 의원을 찍은 것이 아니냐. 그립감이 약해졌으면 이 대표로는 굉장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위기감을 타개할 방법으로는 '내가 반드시 연임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거듭 내다봤다.


한편 이 대표에 대한 당내 견제 심리가 작동된 것과 맞물려 이 대표의 잠재적인 경쟁자들의 대외행보 역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에서 유학 중인 '친문(친문재인) 적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차 이날 귀국했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형을 살다 2022년 12월 사면됐지만, '복권'은 되지 않은 상태다. 김 전 지사는 '민주당 일각에서 친문계 구심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시 방문한 입장에서 한국의 현실정치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4·10 총선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당권주자로 거론됐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의 리더십이 일격 당했던 16일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이 진행한 강연에서 '국회의장 경선 결과에 따른 향후 국회 운영 전망'에 대해 "국회는 국민 대표자의 회의"라며 "'이게 다수결이야' '이게 민주주의야'라고 하면서 (국회를 일방적으로) 끌고 가면 큰 파행이 날 것"이란 우려를 표했다.


김 전 지사, 김 전 총리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용진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은 공교롭게도 오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 함께 참여할 전망이다. 이 자리를 전후로 이들이 어느 정도까지 세 과시를 할 수 있을 지에 이목이 쏠린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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