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살해 의대생, 중범죄자라도…디지털교도소 신상공개는 위법" [디케의 눈물 223]
입력 2024.05.10 05:09
수정 2024.05.10 05:09
의대생, 6일 강남역 인근 건물서 연인 살해…디지털교도소, 피의자 신상공개
법조계 "흉기 미리 구입하는 등 계획성 명백…기소 시 최소 징역 20년 가능성"
"중범죄자라도 사적 제재 허용 안 돼…명예훼손 및 억울한 피해자 발생 우려"
"합법적 신상공개위원회도 존재…디지털교도소, 방심위 의결 거쳐 접속 차단될 것"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 옥상에서 20대 의대생이 여자친구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가 피의자 최모씨의 신상을 공개해 위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선 계획살인 정황이 뚜렷한 만큼 최씨 기소가 이뤄지면 최소 징역 20년 이상의 중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중범죄자라도 사적 신상공개는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고 명예훼손 가능성도 큰 만큼 디지털교도소의 존재와 행위 모두 위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살인 혐의를 받는 최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거쳐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최씨는 지난 6일 서초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는 말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범행 2시간 전 경기 화성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구입하고 피해자를 불러내는 등 범행을 미리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범행이 알려진 이후 최씨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았고 서울 명문대 의대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 그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지난 8일 디지털교도소는 최씨의 신상과 얼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디지털교도소는 2020년 등장 당시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낱낱이 공개해 화제가 됐지만 범죄 유무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신상까지 공개해 운영진이 징역형 처벌을 받고 폐쇄됐다. 이후 지난달 새로운 운영진이 등장하며 사이트가 다시 복구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소위원회를 열어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접속차단 조치를 의결할 방침이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최씨가 살인 여부에 대해서 본인도 일부 인정한 만큼 우발적 범행이냐, 계획적 범행이냐를 두고 쟁점 다툼이 이뤄질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나온 사안으로 봤을 때 계획범죄 정황이 명백한 까닭에 최소 2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혐의가 명백한 중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사적인 신상 공개는 현행 사법 체계상 허용되지 않는다. 디지털교도소의 신상 공개는 사법기관에 대한 월권 행위라고 보는 것이 일반론이다"며 "이미 경찰청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도 충분한 심의를 거쳐 중대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공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교도소의 개설 목적과 존재, 행위 모두 위법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는 "아직 경찰 수사단계이고 사건 외부 정황만 나온 만큼 추가적인 조사가 더 이뤄져야 하겠지만 현재 드러난 사실만 보면 범행 전 흉기를 미리 구입하는 등 계획성 살인으로 볼 여지가 커 향후 기소까지 이뤄진다면 재판에서 무기징역까지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디지털교도소의 행위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기에 위법성이 크고 처벌 가능성도 있다"며 "사적 제재는 또 다른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매우 크기에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디지털교도소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등에 해당할 여지가 있고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까지도 공개하고 있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현재 방심위에서 접속차단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인 만큼 조만간 접속차단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