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내용 아쉽다"…대통령 '사과'에 與도 실망스런 반응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4.04.17 11:22
수정 2024.04.17 11:33

참모 전언 형태 '사과'에 "효과 반감"

"기자회견 후 질문 받았어야" 지적

원론적 수준 '협치' 언급 아쉽단 평가

일각선 "성급한 비판 안 돼" 경계도

16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총선 참패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있었지만, 여권 내에서도 형식상·내용상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대국민 성명이나 기자회견이 아닌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했고 "내 잘못"이라는 사죄의 메시지는 참모의 입을 통해 전언 형태로 전해졌다는 점에서다.


17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큰 범위에서 잘못된 부분을 짚고 고치겠다는 정리된 말씀을 하고 자유롭게 질문을 받았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공개 회의에서 '사과' 발언이 나온 데 대해서도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된 하나의 큰 요인이 됐다"며 "이런 큰 선거 패배에 대해서는 겸허히 사과하고 고치겠다는 의지를 밝힌 뒤 실제 행동으로 옮기면 지지율이 반등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데, 그런 과정들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김용태 당선인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책임에 대해 말씀을 하셨던 것 같고, 본인의 잘못도 강조하셨던 부분에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형식에 있어서 기자회견을 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또한 "야당과의 협치나 대화 부분이 들어갔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변하지 않는 상수는 범야권 192석이라는 점인데, 이 상수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대화하지 않는다면 국정은 돌아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야당과 대화하고 협치하는 것은 이제 선택의 영역이 아닌 필수적 상황"이라고도 했다.


반면 형식상의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국정운영의 문제점에 대해 대통령이 진솔하게 털어놓았으며 평가는 향후 실천 여부를 보고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면에는 여권 내부에서의 성급한 비판이 자칫 당정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신동욱 당선자는 "(대통령의 발언을) 사과라고 표현을 한다면 구체적인 부분에 언급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야당이 쟁점으로 삼았던 부분 중에는 법률적 쟁점이 있거나 수사 단계로 넘어가 있는 게 있어서 대통령이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서적 아쉬움은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것 이상으로 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많이 지적한 소통의 문제 등에 대해 상당히 진솔하고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을 했으니 앞으로 행동으로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대통령실 운영 방향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지켜봐야 된다"고 했다.


5선 고지를 달성한 권영세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인적쇄신이나 야당의 협치 등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평가하는 분들이 야당은 물론이고 우리 당 내부에서도 일부 있었다"면서도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민심을 경청하겠다는 얘기에는 협치 같은 디테일한 부분이 다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어떤 단어 하나가 있고 없고에 따라 대통령의 입장을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특히 우리 당 내부적으로 걱정하는 것은 좋지만 성급하게 비판하는 것은 옳은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민께 죄송하다는 표현이 나왔다면 대통령은 진심으로 그런 마음까지 다 품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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