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부실, 행원 일탈…4대 은행 운영리스크 60조 넘었다
입력 2024.04.16 06:00
수정 2024.04.16 06:00
관련 위험가중자산 1년 새 12.1%↑
홍콩 ELS 사태로 우려 더욱 커질 듯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운영리스크가 한 해 동안에만 7조원 가까이 더 불어나면서 6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이나 행원의 일탈에 따른 잠재적 위험이 그 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이런 와중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서 고객들의 대규모 투자 손실이 불거지면서, 은행들의 경영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운영위험가중자산은 총 63조2179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2.1%(6조8064억원) 늘었다.
운영위험가중자산은 내부규정 미비나 임직원의 업무일탈 행위, IT시스템 장애 등과 같은 은행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 손실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같은 운영리스크가 커질수록 은행 입장에서는 더 많은 투자비용을 투입해야 하거나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운영위험가중자산이 16조535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1.1% 증가했다. 신한은행 역시 15조9885억원으로, 국민은행은 14조6844억원으로 각각 38.3%와 16.1%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하나은행의 운영위험가중자산만 16조96억원으로 13.6% 줄었다.
문제는 올해 초부터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은행권의 운영리스크가 더욱 몸집을 불릴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 배경에 조직적인 불완전판매 정황이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부통제 부실의 연관성까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홍콩 H지수 기초 ELS 관련 검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2월 만기를 맞는 해당 상품 잔액 2조2000억원 중 총 손실 금액은 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를 주고,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통상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 홍콩 H지수 ELS에서 원금 손실이 본격적으로 확정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는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반 토막 난 탓이다.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우량 중국 국영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2021년 초까지만 해도 1만~1만2000포인트에 달했지만, 올해 들어 5000포인트 대까지 추락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본점의 판매 시스템 설계 미흡으로 인한 판매 규제 위반과 일선 현장의 다양한 불완전판매 사례 등 위법·부당사항이 있었다고 봤다. 홍콩 H지수 ELS 판매사들이 손실 위험 확대기에도 과도한 영업 목표와 부적절한 성과 지표 등을 통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하면서도, 소비자보호를 위한 판매 한도 관리나 비예금상품위원회 운영 등에는 소홀해 불완전판매 환경을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관건으로 떠오른 은행권의 내부통제 부실 관련 제재도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법적 제재 여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별도로 검토될 사안"이라며 "내부통제 부실 관련 제재 여부는 관련 법령과 법원 판결, 그동안 정립된 제재 기준 등을 감안해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이익 규모가 지속 성장함과 동시에 내부통제를 둘러싼 제재도 늘어나면서, 운영리스크 역시 함께 커지는 흐름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