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狂氣) 어른거리는 조국과 조국혁신당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3.19 05:05
수정 2024.03.19 05:05

선거 통해 조국 자신의 행위 정당화 가능 판단

배경 이론 체계는 항쟁·거리·대중 민주주의 급진 경향

민주당 강성지지층 25%의 독자적 행보 예고

19세기 파시즘이나 베네수엘라 차베스 닮아

故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왼쪽)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 데일리안 DB

조국과 조국혁신당이 연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아마도 조국혁신당은 비례 10석 정도를 차지하며 원내 3당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의 출현과 기세는 비정상적인 광기(狂氣)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조국은 2심에서 징역 2년 형이 확정되어 대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조국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특별한 일이 없다면 상고가 기각되어 조국은 구속될 것이다. 조국 본인을 포함 이를 부정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여기서 조국은 특별한 선택을 한다. 중요한 것은 그의 선택이 아니라 그의 논리이다. 조국은 구속될지 모르지만, 동지들이 자기 뜻을 이어 조국혁신당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형식적으로만 본다면 맞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보다 근본적인 원리는 사법부로부터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아 구속되었다면 명문화된 법조문은 없다고 하더라 정치·사회활동에서 어떤 영역은 자제해야 한다는 불문율 또는 사회적 약속은 있다. 조국이 정당을 만들고 정치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발상은 명문화된 법은 없지만, 암묵적으로 유지되었던 묵계를 깨는 것이다.


사회에는 법 이외에도 그것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의 시행착오와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보이지 않는 약속과 규칙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우리는 법률 조문과 함께 보이지 않는 이 무수한 불문율 등이 종합적으로 구성된 것 전체를 민주주의라고 한다. 조국은 민주주의를 재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보면 파퓰리즘·파시즘에서 비슷한 유형을 찾을 수 있다.


조국이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또 다른 방식은 민의·민심에 대한 협애한 해석이다. 2년 형이 선고되어도 그가 정치를 재개할 수 있는 근거는 민의·민심 또는 대중의 판단이다. 선거를 통해 민심이 확인된다면 그는 법원의 법률적인 판단도 정치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조국을 비롯해 황운하·신장식 등 핵심 관련자들 모두가 사법적 흠결이 있음에도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선거를 통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권력과 정책의 정당성을 선거를 통한 민의에서 찾는 것은 민주주의의 오랜 전통이다. 그러나 이때의 민주주의도 3권 분립, 법치, 관습과 제도, 충분한 숙의와 같은 제도적 정치와 경로를 충분히 거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조국과 조국혁신당처럼 자신에 불리한 법과 제도를 민의를 통해 한꺼번에 거스를 수도 있다는 발상은 전형적인 중우정치·파퓰리즘에 해당한다. 이에 가장 적합한 사례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일 것이다.


조국혁신당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체로 호남·40~50대 또는 고학력·고자산 인텔리층이다. 조국·황운하·신장식·박은정 등이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조정래·문용식·김보협과 같은 민주화운동 기반을 가진 엘리트층이다. 후자를 확대하면 민주당 공관위원장 임혁백, 유시민이나 문성근, 소나무당의 황태연, 백낙청 등도 이에 속한다.


이들은 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2000년대 이른바 촛불로 불렸던 거리 민주주의를 극찬했던 인물들이다. 이들이 배경으로 하고 있던 이론 체계는 민주주의에서 항쟁·거리·대중 민주주의와 같은 급진적 경향이다.


이들은 권력의 궁극적인 시원을 민중·시민으로 보고 문재인-이재명 정권을 지지했던 연장선 하에서 이재명 정권이 사법리스크와 공천 파동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그들의 용어를 빌린다면 다시금 민주주의의 심화를 통해 상황을 돌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부연해 말한다면 조국혁신당의 기원을 민주화운동에서 찾고자 한다면 첫째, 반미친북과 둘째, 직접·거리 민주주의가 분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주로 전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연동해 진보당과 시민회의에서 국회로 진입시키려는 시도를 진행했다가 민심의 저항으로 후퇴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시민회의가 추천한 전지예·정영이가 그러하다. 반면 김대중·노무현 정권하에서 제도권 민주주의에 적응했던 사람들이 뒤늦게 직접·거리 민주주의에서 부족한 자원과 에너지를 찾고 이를 자양분으로 조국혁신당에 진입하려는 시도는 주목을 요한다.


이후 전망은 다음과 같다. 논의를 위해 대략 민주당 성향의 지지기반을 분석하면 대통령 부정 지지율은 60%, 민주당의 지지율은 40%, 민주당의 강성지지층 25% 정도가 아닐까 싶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강성지지층 25%에서 벌어진 현상으로 지금까지는 민주당 강성지지층이 상황에 따라 문재인·이재명 정권과 같은 외피를 쓰고 있었다면 지금부터는 독자 행보를 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보인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것은 특징을 갖는다.


첫째. 25%의 강성지지층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국민 전체 또는 민주당 지지층 전체를 아우를만한 이데올로기가 약하다. 현재까지로 보면 조국과 조국혁신당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쇄빙선, 한동훈 특검 등을 제기하고 있다. 이건 25% 안에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중도층, 전 국민에 보내는 메시지로서는 적절치 않다. 특히 청년층은 더욱 싸늘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강한 행동성 메시지이다. 강성지지층은 노무현에서 문재인, 문재인에서 이재명에 이어 이재명에서 조국으로 옮겨가며 검찰독재 조기종식과 같은 정치적 구호를 실제로 행동에 옮길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정권은 윤석열 탄핵과 같은 구호를 걸되 일종의 위협용이었다면 조국혁신당은 실제로 그것을 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이재명도 충분히 급진적이었다. 그런데도 이재명-민주당 바깥에 또 다른 급진파가 필요한 것은 그들의 마음과 생각이 이재명보다도 급진적이고 행동적이며 강경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고 볼 수 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이상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대선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그들에 호응하는 사람이 많다면 한국은 이른바 민주주의의 이름을 걸고 헌정 질서를 중단시키는 대담한 행동 전에 나설 것이다. 검찰독재를 조기 종식하겠다는 그들의 주장은 빈말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25%를 넘는 대통령 비지지층 60%, 민주당 지지층 40%가 이에 동의할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 여부에 따라 항쟁에 성공하거나 일장춘몽에 그칠 것이다.


굳이 내 판단을 덧붙이자면 일장춘몽에 가까울 것 같다.


조국과 조국혁신당의 강점은 명확하다. 상황을 간명하게 정리하고 강한 행동성을 내장하며 데이터와 근거를 세심하게 다루기보다는 진영을 중시하는 선동적인 구호를 즐긴다.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는가? 조국과 조국혁신당은 19세기 파시즘이나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많이 닮았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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