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껏 뽑았더니" 野 불출마 잇따른 '용인정', 이언주 vs 강철호 표심 향방은
입력 2024.03.13 15:23
수정 2024.03.13 15:31
표창원·이탄희 연속 불출마에 '무주공산' 두 차례
법조인 출신 이언주 對 기업인 출신 강철호 대결
"여기가 민주당 철새 도래지냐"…용인 민심 싸늘
4·10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경기 용인정 지역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애초 더불어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8년 연속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과거 민주당을 탈당한 뒤 수 차례 당적을 옮겼다 최근 복당한 이언주 전 의원이 민주당 소속으로 용인정에서 22대 총선을 치르게 되면서다.
용인정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게리맨더링(특정 정당·후보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획정하는 것)이 발생해 신설된 선거구다. 20대, 21대 모두 민주당 표창원, 이탄희 의원이 보수정당을 누르고 당선된 야권 초강세 지역구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의정활동 과정에서 회의감을 느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번 총선에서 용인정은 법조인 출신 이언주 민주당 후보와 외교관을 거쳐 HD현대로보틱스 대표 등을 지낸 강철호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다. 이 후보는 전국적 인지도를 통해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강 후보는 행정적 지식과 경제 전문성을 활용해 지역 민심 구애에 나설 전망이다.
13일 현재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은 만큼, 두 후보의 존재가 주민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그러나 이날 살펴본 용인정 민심 일각은 전·현직 두 의원(표창원·이탄희)의 연속된 불출마 선언 탓으로 민주당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8년 동안 두 사람이 지역구에 어떤 가시적 변화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불만도 표출됐다.
전날(12일) 오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죽전사거리 앞. 부슬비가 내리던 이날 한 중년 남성이 '강철호, 한동훈 영입 기업인 1호!'가 적힌 선거캠프 건물 벽면의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50대라고 밝힌 김종수씨는 "처음엔 표창원(전 의원)이 유명해서 뽑았지만 갑자기 불출마했고, 다음엔 이탄희(의원)가 판사 출신이라 깨끗해서 뽑아놨더니 무슨 책임감을 느낀다고 불출마했다"며 "하다하다 연고도 없는 사람이 지역에 온 걸 보면서 용인이 잠깐 머물렀다 가는 민주당의 '철새 도래지'인가 싶다"고 혀를 찼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1호로 영입한 인사였던 표 전 의원은 지난 2019년 10월 24일 '조국 사태'의 소위 내로남불 비판에 "(20대 국회는)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며 "내가 질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의 방식으로 참회하겠다"고 말한 뒤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마찬가지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인재로 영입된 이 의원도 지난해 12월 13일 당의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반대 및 위성정당 창당 금지를 요구하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60대 여성 주영순씨는 "이탄희(의원)가 4년 전 출마할 때 촛불혁명 운운하면서 용인을 바꾸겠다고 했고, 판사 출신이라 믿음직해 뽑았지만 지금 이탄희의 촛불은 스스로 꺼뜨려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30대 여성은 "이언주·강철호 둘 다 관심 없다"며 "어차피 되지도 않을 공약 남발하겠지만, 대중교통 문제 하나라도 좀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용인정에서 이언주 민주당 후보는 '믿음직한 이언주', 강철호 국민의힘 후보는 '미래경제수도 용인'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민심 사로잡기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