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현역 물갈이 시작됐다…민주당 경선서 광주 현역 대체자 모두 '친명'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4.02.22 05:00
수정 2024.02.22 05:00

민주당 1차 경선 결과, 21곳 중 5곳 현역 탈락

조오섭·이형석·윤영덕·김수흥·송재호 고배

김영호 등 수도권·충청권 현역은 모두 생환

더불어민주당 4·10 총선 지역구 후보 1차 경선 결과, 광주에서 현역 의원을 제치고 공천권을 따낸 (왼쪽부터) 정준호 변호사(광주 북갑), 정진욱 당대표 정무특보(광주 동남갑), 전진숙 전 광주시의원(광주 북을) ⓒ뉴시스

호남 현역 물갈이론이 현실화됐나. 더불어민주당 4·10 총선 지역구 후보 1차 경선 결과, 텃밭인 호남에서 현역 의원이 전부 탈락했다. 호남에서 공천권을 따낸 후보들이 대다수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공천을 둘러싼 친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오후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과 광주·전북 등 21개 지역구의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경선은 권리당원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 비율로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ARS 투표로 실시됐다.


먼저 이날 발표된 광주 지역의 세 곳 모두 현역 의원이 무더기로 탈락했다. 광주 북갑에서는 조오섭 의원이 정준호 변호사에게 패했고, 북을에서는 이형석 의원이 전진숙 전 광주시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광주 동남갑에서는 윤영덕 의원이 정진욱 당대표 정무특보에게 패했다.


경선에서 탈락한 조오섭 의원과 윤영덕 의원은 비명계로 분류된다. 이들을 상대로 공천권을 따낸 정준호 변호사는 친명계 원외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소속이며, 정진욱 특보는 '찐명(진짜 친명)'으로 불릴 만큼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정진욱 특보는 이재명 대선후보 시절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윤영덕 의원은 이날 경선 결과가 발표되기에 앞서 페이스북에 "권리당원 ARS 투표 전화번호는 투표 개시 직전까지 철저하게 비공개로 관리돼야 하는데도 투표 시작 전 정 후보 측은 이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며 "당은 신속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엄중 조처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전진숙 전 시의원도 지난 대선에서 광주사회혁신추진단장을 맡아 친명계로 분류된다. 전북 중 유일하게 이날 경선 결과가 발표된 전북 익산갑에선 18대 국회부터 내리 3선을 지낸 이춘석 전 의원이 친명계 타이틀 없이 현역인 김수흥 의원을 꺾었다.


당내에서는 '경선 승리가 곧 당선'이라 불리는 호남에서 현역 의원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현역 물갈이가 대거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최근 매일경제신문·MBN이 여론조사업체인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6일 무선 90%·유선 10% 혼합 전화면접원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역 의원 교체를 지지하는 여론이 호남(56%)에서 가장 높았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제주 제주갑도 현역 의원이 경선에서 패한 지역구다. 문대림 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이 송재호 의원을 이기고 공천권을 따냈다.


이날 발표된 수도권·충청권 지역에서는 현역이 모두 이겼다. △김영호(서울 서대문을) △남인순(서울 송파병) △정일영(인천 연수을) △맹성규(인천 남동갑) △조승래(대전 유성갑) △임오경(경기 광명갑) △이학영(경기 군포) △윤후덕(경기 파주갑) △어기구(충남 당진) 의원 등 9명이 모두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원외 인사들끼리 겨룬 지역 중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도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송파을은 '찐명'으로 불리는 송기호 당대표 법률특보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송 특보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과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부산 금정은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이, 울산 남을은 박성진 전 구의원이, 경북 포항남·울릉은 김상헌 전 경북도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본선에 나선다. 아울러 경북 구미을은 김현권 전 의원이, 경남 창원·진해는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이, 경남 사천·남해·하동은 제윤경 전 의원이 각각 승리했다.


당초 이날 23곳의 경선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전 동구의 경우 재심신청이 인용돼 투표 일정이 미뤄졌다. 대전 동구는 현역 장철민 의원과 황인호 전 동구청장, 정경수 변호사 3인이 경선을 치르고 오는 23일 본선 후보가 확정될 예정이다. 경북 김천은 황태성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서 경선 결과 발표에서 제외됐다.


한편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으로 경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던 정필모 의원은 이날 오후 사임했다고 당은 밝혔다. 강민정 중앙당 선관위 부위원장은 이날 관련 물음에 "정 의원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다"고 밝혔다. '비명계에서 제기하는 여론조사 불공정성이 정 의원의 사임과 관련이 있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강 부위원장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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