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서 군 간부에게 'ㅁㅊㄴ', 상관모욕 무죄…왜? [디케의 눈물 178]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4.02.14 05:13
수정 2024.02.14 05:13

피고인, 병사 단톡방서 특정 부사관 지칭해 'ㅁㅊㄴ인가?'…법원 "표현의 자유 보호 필요, 무죄"

법조계 "군에서 상관모욕죄, 일반 모욕죄와 달리 엄격히 처벌해야…무례한 표현이라고만 판단한 듯"

"상명하복의 군대 특수성 고려했어야…유사시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만큼 상관 특수하게 보호해야"

"위계질서 어긴 경우 엄격하게 처벌해야…1심, 상관모욕죄에도 처벌하지 않지만 항소심 달라질 수도"

군인.ⓒ연합뉴스

단체 채팅방에서 특정 부사관을 지칭해 'ㅁㅊㄴ'이라는 표현을 쓴 병사가 상관모욕죄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ㅁㅊㄴ' 표현이 욕설로 통용되는 '미친놈'의 초성만 따서 사용한 용어로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동료 병사들끼리 이용하는 채팅방에서 나온 언사였다는 점을 참작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유사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특수집단인 만큼 위계질서를 어긴 경우에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정서현 판사)은 특가법상 면담강요, 상관모욕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상관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면담강요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22년 8월 한 군부대에서 복무하던 중 분대장인 부사관 B씨가 부대 내 채팅방에 개인 온라인 계정을 홍보하는 글을 실수로 올린 것을 보고, 이 화면을 갈무리해 분대원 등 18명이 있는 다른 채팅방에 올리며 "뭐지? ㅁㅊㄴ인가?"라고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밀고자로 생각한 같은 부대 C씨를 불러내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상관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직접 대면해 말하기 어려운 병사들이 그들 간 의사소통을 위한 채팅방 내에서 불만을 표시하며 비속어나 욕설 등을 사용하는 행위는 흔히 일어날 수 있다"며 "그것이 군의 조직 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를 문란케 할 정도가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표현은 1회에 그쳤다"며 "온라인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는 표현이 내포한 모욕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덧붙였다.


법원.ⓒ연합뉴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상관모욕죄는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할 경우 적용되는 범죄로 일반 모욕죄와 달리 피해자의 의사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되는 등 다소 엄격한 처벌이 이뤄진다. 또한 직무상 발언뿐만 아니라 사석에서도 상관의 면전에서 발언을 한 경우에는 처벌받을 수 있다"며 "다만 해당 사건의 경우 재판부는 상관이 없는 대화방에서 1회 해당 표현을 사용한 것이며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발언이 아닌 다소 무례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은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군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군대는 일반적인 민주 집단이 아닌 상명하복이 반드시 필요한 특수집단이다"라며 "일반 집단은 부하가 상사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군대는 유사 상황이 발생할 경우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만큼 상관을 특수하게 보호해야 하는 집단이다. 이런 이유에서 법을 제정한 만큼 위계질서를 어긴 경우에는 처벌을 내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표현이 경미하고 해당 발언이 일회성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무죄 판결을 내릴 게 아니라 보다 낮은 수위의 처벌을 내리면 된다. 기소유예, 선고유예, 벌금형 등 여러 방법이 있다"며 "이런식의 무죄 판결은 상관모욕죄의 입법취지에 맞지 않다고 봐야 한다. 상관이 희화화된다면 군대는 존립 목적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모욕에 해당하고 공연성 요건도 성립된다고 봤지만 욕설 수위가 낮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1심은 피고인의 혐의가 상관모욕죄 성립 요건에 해당하지만 처벌을 하지 않은 것인 만큼, 항소심으로 이어진다면 다르게 판단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초성으로 된 속어 사용이 기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아무리 초성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사례처럼 초성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경우에는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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