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비이자이익 늘었지만…ELS 판매 중단에 '암운'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4.02.13 13:48 수정 2024.02.13 13:59

1년 새 54% 증가…10조 돌파

'이자 장사' 부담은 덜었지만

올해 신탁 등 수수료 감소 전망

4대 금융그룹 전경. ⓒ각 사

4대 금융그룹의 비이자이익이 한 해 동안에만 50% 넘게 늘면서 연간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이자 장사로 손쉽게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의 시선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고 은행이 속속 판매를 중단한 만큼 올해 비이자이익 전망은 밝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벌어들인 비이자이익은 10조51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8% 증가했다. 비이자이익은 외화·신탁·신용카드·뱅킹(이체)·방카슈랑스·펀드 등을 통해 얻는 수수료 이익이다.


그룹별로 보면 KB금융이 같은 기간 80.4% 늘어난 4조874억원으로 가장 증가폭이 컸다. 그다음 신한금융이 3조4295억원으로 51.0% 증가했고, 하나금융은 65.3% 늘어난 1조907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만 1조950억원으로 4.7% 감소했다.


비이자이익이 늘어난 것은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개선되고 외환, 신탁 등 중간수수료 이익이 늘어나서다. 4대 금융그룹의 수수료이익은 9837억원으로 5.3% 증가했다.


비이자이익 규모가 가장 큰 KB금융의 경우 수수료이익이 3조6735억원으로 4.5% 늘었다. 신용카드수수료이익이 7373억원으로 9.0%, 신탁이익이 5080억원으로 8.6% 증가했다.


비이자이익 증가율이 높은 하나금융은 수수료이익이 1조7961억원으로 5.4% 증가했다. 대출과 외환 관련 수수료가 7022억원으로 22.5% 늘어난 영향이다. 그밖에 매매차익이 8631억원으로 453.2% 폭증했다.


하나금융은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축적형 수수료 기반 확대로 연간 수수료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며 "금리 변동성을 활용한 유가증권 관련 이익 등에 힘입어 연간 매매평가익이 큰 폭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도 수수료이익이 2조6472억원으로 9.7% 늘어났다. 유가증권, 외환 관련한 이익은 250% 증가한 1820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2022년 급격한 금리 상승 효과가 소멸된 영향 등으로 유가증권 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금융도 소상공인 지원 등 상생금융에 대한 일회성 비용을 빼면 10% 늘어난 1264억원의 비이자이익을 냈다. 우리금융은 "일회성 비용에도 수수료이익, 유가증권 등 관련이익이 안정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그룹은 이번에 비이자이익을 늘리면서 이자 장사 비판에 대한 부담은 조금 덜게 됐다. 이들은 이자이익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비판받아 왔다. 은행의 수익원 중 이자이익이 전체 비중의 80%를 넘게 차지하면서 손쉽게 이자장사로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근 홍콩 ELS의 대규모 손실로 인해 은행들이 신탁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신탁 관련 수수료가 줄어들 전망이다.


KB국민·신한·하나 등 주요 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주가연계신탁과 ELF 등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인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점을 주시하고 있는 와중에 불완전판매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다.


금융당국은 판매사들에 선제적인 자율배상을 촉구하며 분쟁조정 기준안을 마련하고 있다. 은행들은 앞으로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배상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 1~2월 당시 1만1000~1만2000선을 넘어섰던 H지수는 최근 5200~5300대로 주저앉았다. 홍콩 ELS 총 판매잔액은 19조3000억원 규모로 80%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지수가 반토막이 나며 손실률도 50%를 넘어섰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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