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을 김성태 vs 진성준 '삼세판' 진검승부 주목 [서울 바로미터 이곳 ⑦]
입력 2024.02.06 08:00
수정 2024.02.06 08:00
金 공천문턱 넘으면 맞대결 성사
'험지' 됐지만 역동적 표심에
'인물경쟁력' 결국 관건될 듯
서울 강서을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전 의원과 현역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 삼세판 '마지막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강서을은 야당세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지역구이나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개인기를 통해 3선(18~20대)을 내리 지낸 곳이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보수의 험지'라는 점이 재인식되고 있지만, 2022년 20대 대선과 6·1 지방선거 때까지만 해도 여야를 향한 역동적인 표심이 나타나며 '접전지'로 자리했던 지역구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불출마는 했지만 '낙선' 이력은 가지지 않은 인물이다. 숨고르기를 마친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9월 강서을 당협위원장으로 복귀하며 '권토중래'의 시간에 돌입했다. 김 전 원내대표가 22대 공천 관문을 넘을 시 본선 상대는 진성준 의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원내대표는 20대 총선에서 진 의원에게 승리해 3선 고지에 오른 바 있다.
현재까지의 스코어는 20대 총선에서 김 전 원내대표의 승리(7.36%p 차), 21대 총선에서는 '대리전' 격이었던 김태우 후보와 진성준 의원 간의 대결에서 진 의원이 큰 차이로 승리(13.82%p 차)해 사실상 승패를 하나씩 주고받은 셈이 됐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한 김 전 원내대표는 당시 당이 전략공천한 김태우 후보를 지지했다. 22대 총선은 '리턴매치'이지만 대리전이었던 김태후 당시 후보의 출전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승부가 됐다.
현재 강서구 갑·을·병 현역에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 자리하는 등 강서구는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상황에 더해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는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17.15%p 차로 참패, 수도권 민심이 크게 돌아서 21대 총선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세가 강하다고 평가받는 지역이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49.17%)가 윤석열 대통령(46.97%)을 앞섰음에도 득표율 차는 단 2%p 남짓에 불과했다.
또 지난 지선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56.09%), 김태우 당시 강서구청장 후보(51.30%)가 강서구에서 과반 득표를 달성했다. 지역구에 야당세가 강한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19대 총선 때도 김 전 원내대표가 민주통합당 중진 김효석 후보와 맞붙어 단 869표(0.71%)차로 신승(辛勝)하는 등 강서을은 가장 치열한 수도권 접전지이기도 했다. 이로써 김성태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노현송 후보를, 19대에는 김효석 후보를, 20대에는 진성준 후보를 상대로 내리 3승을 거둬 당의 중진으로 안착했다.
강서을이 험지로 탈바꿈했지만 그동안 표심이 엎치락뒤치락이었던 만큼, 이번 총선에서 어떤 구도가 만들어지고 어떤 인물이 힘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평가도 대체적이다. 결국 '인물경쟁력'이 관건인 셈이다.
두 사람의 승부가 기대감을 받는 배경에는 삼세판의 진짜 승자를 가리는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 두 사람 모두 당의 핵심 요직을 거친 무게감 있는 인사이지만, 살아온 궤적은 정반대라는 점에도 이목이 쏠린다.
노동자 출신의 야성 강한 들개 vs
운동권 거친 민주당 정통 엘리트
각각 원내대표·원내수석 요직 거쳐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보수정당에서 흔치 않은 '노동자' '흙수저'와 같은 수식어를 가진 인물로 '지상전'에 상대적으로 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이다. 이에 대적하는 진성준 의원은 민주당의 정통 엘리트 출신으로 '공중전'에 능하며 전략·기획통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 파견 건설노동자 출신으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을 지낸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당의 주류 학벌을 갖고 있는 것 역시 아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진주기계공고를 졸업하고 강남대법학 학사, 한양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거쳤다.
지난 2003년에는 노사정위원회 노동계 대표로 나서 '주5일 근무제' 시행을 협상하기도 했다. 노동 관련 지식을 토대로 '대체 휴일 제도' '정년 60세 연장법' 등을 발의하며 서민친화적인 정책도 폈다. 보편적인 보수정당의 이미지와 달리 '엄동설한에 버려진 들개'에 비유되는 강한 야성(野性)을 가졌으며, 친서민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구가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투쟁력과 협상력·중재력을 인정받아 2017년 12월에는 자유한국당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원내대표를 지내며 "기존의 가진 자와 기득권·금수저·웰빙정당의 이미지를 씻어내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원내대표 시절 단식투쟁을 통해 '드루킹 특검'을 이끌어내는 등 정권교체 초석을 다지는데도 일조했다.
전북대 부총학생회장 출신인 진성준 의원은 19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 21대에 강서을에서 금배지를 달며 재선 의원이 됐다. 젊은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 시위 선두에 나섰다가 투옥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진 의원은 과거 '문재인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등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 후에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후, 앞서 박원순 전 시장의 대변인을 지낸 인연으로 박원순 시정을 살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지난 대선에서는 일찌감치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해 선거운동 전면에 서기도 했다.
이처럼 요직을 두루 거친 데는 당에서 전략기획위원장을 두 차례 맡을 정도로 전략·기획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작용했다. 진 의원은 기세를 이어 2022년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국회 운영과 여야 협상을 담당하기도 했다.
현재 강서을 지역구에서는 두 사람 모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김 전 원내대표는 출마의 변을 통해 "강서를 서남권 경제의 중심으로 도약시키고 마곡과 김포공항을 제대로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허허벌판이었던 마곡 지구 개발의 첫 삽을 떴다. 강서 발전을 획기적으로 시작했던 바로 그 손으로 멈춰 버린 강서의 엔진에 시동을 다시 걸겠다"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지난 4년여 동안 '국제적 경제관문도시, 강서'의 비전을 제시하고 그 실현을 위하여 전력을 기울여 왔다"며 "구민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과 지지에 힘입어 거둔 성과인 만큼 이에 자족하지 않고 우리 강서의 꿈과 비전이 실현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