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유커‧따이공 감소에 동남아‧호주서 관광객 맞는다 [대세는 해외유통망③]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4.02.02 07:11 수정 2024.02.02 10:37

‘쇼핑에서 체험으로’…엔데믹 이후 여행 트렌드 변화

롯데는 시내면세점, 신라는 공항면세점 확대 속도

신세계, 글로벌 항공사와 손잡고 개별 관광객 유치 나서

중국 관광객들이 서울 시내에 위치한 면세점에서 화장품 쇼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면세업계가 관광객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린다.


과거에는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매출을 올렸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여행 트렌드가 변화하고 매출 비중이 높은 중국 관광객이 감소하자 해외 관광객 직접 공략에 나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면세산업은 줄곧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중국 단체관광객(유커)을 중심으로 화장품 같은 한국 상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한 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1차 위기가 왔다. 기본적으로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보니 관광객 감소는 곧 매출 급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곧 이 자리를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이 대체하면서 활로가 열리는 듯 했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그나마 일정 규모 매출을 유지하며 현금 흐름은 유지할 수 있었다.


면세업은 현금으로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구조다 보니 무엇보다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


여행객 수요가 높은 명품 브랜드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일정 규모의 상품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작년 상반기 엔데믹을 맞아 이번에는 생존 기로에 놓이게 됐다.


쇼핑 위주 여행에서 맛집 탐방 등 체험 위주 여행으로 트렌드가 바뀐 데다 국내 면세산업의 가장 큰 손인 중국 관광객의 씀씀이가 크게 감소한 탓이다.


작년 8월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했지만 중국 내 경기침체 여파로 이전과 같은 수준의 관광객 입국이나 객단가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면세점 호주 브리즈번공항 면세점 전경.ⓒ롯데면세점
엔데믹 맞아 해외 매장 사업 정상화하고 현지서 내국인 직접 공략


면세업계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관광객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추가로 해외 매장을 열고 기존 매장을 리뉴얼 하는 등 실적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작년 6월 호주 맬버른공항점을 새로 열고, 12월에는 브리즈번공항점 10년 사업권을 재획득 했다.


또 같은 달에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2020년 6월부터 부분 운영 중이던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매장을 모두 오픈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연간 약 7000만명이 이용하는 아시아 대표 공항으로, 최근 여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은 해외 매장 중 가장 큰 규모의 창이공항점에서만 연간 약 5000억원 규모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한국인 여행객이 많이 찾는 베트남 관광 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 베트남은 롯데그룹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해외 핵심 거점 중 한 곳이다.


롯데면세점은 모두투어와 함께 내국인 여행 패키지 상품 기획·판매를 비롯해 공동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2017년 다낭공항점 출점을 기반으로 베트남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한 롯데면세점은 2018년 나트랑공항점, 2019년 하노이공항점 등 주요 관문 공항에 연달아 진출했다. 이어 2022년엔 다낭시내점을 오픈하며 현재 베트남에서 4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롯데면세점 베트남 사업장의 매출은 전년 대비 351% 상승했으며 한국인 관광객 매출이 약 60%에 달하는 등 내국인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면세점은 이를 바탕으로 해외 매출 1조원 목표를 조기 달성하고, 향후 5년 내 해외 매출 비중을 30%대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해외 6개국에서 1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의 신라면세점.ⓒ호텔신라

시내면세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롯데면세점과 달리 신라면세점은 주요 공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현재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 공항 등 아시아 3대 허브공항을 비롯해 마카오공항 등 공항 면세점 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인도네시아 바탐공항에도 면세점을 열 예정이다.


창이공항의 경우 작년 말 화장품·향수 매장 사업권을 4년 연장하는데 성공해 2028년 3월31일까지 운영 기간이 늘어났다.


이번에 연장된 창이공항 면세점 사업권의 범위는 공항 내 4개 터미널에 걸쳐 총 22개 매장으로, 매장 규모도 약 7700㎡(약 2300평)에 달한다.


신라면세점은 사업권 연장에 따라 현재 운영하고 있는 130여개 뷰티 브랜드 외에 추가로 20여개의 새 브랜드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본사에서 진행된 마케팅 업무협약식에서 중국남방항공 왕쉰 한국 지사장(왼쪽)과 신세계면세점 유신열 대표이사(오른쪽)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신세계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은 중화권·아시아 개별 관광객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거와 달리 단체여행 보다는 소규모, 개별 여행객이 늘자 이들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작년 12월 세계 10대 항공사 중 하나인 캐세이(Cathay)와 업무 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중국 3대 항공사인 중국남방항공과 마케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항공사 고객을 대상으로 마일리지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현재는 롯데, 신라와 달리 운영 중인 해외 매장이 없지만 향후 직접 진출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끝>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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