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손준성 검사장…징역 1년 실형 선고
입력 2024.01.31 13:56
수정 2024.01.31 17:03
법원, 공무상 비밀누설 등 일부 혐의 유죄 인정해 징역 1년 선고…법정구속은 면해
"선거에 영향 미치려고 시도하는 과정서 범행 저질러…사안 엄중하고 죄책 무거워"
공직선거법 등 일부 혐의 무죄…"고발장, 선거일 전까지 수사기관에 접수 안 돼"
손준성 "사실관계 및 법류관계 모두 수긍할 수 없어…항소해서 다툴 것"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손 검사장의 공무상 비밀누설 등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다만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은 없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손 검사장은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시절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두 건의 고발장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 등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후보와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손 검사장에게 적용된 죄명은 공무상비밀누설, 공직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다.
고발 사주 의혹은 검찰이 이같은 고발장 전달을 통해 미래통합당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황희석 전 최고위원,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것이 골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고발장 작성·검토를 비롯해 고발장 내용의 바탕이 된 수사 정보 생성·수집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고발장이 당시 검찰을 공격하던 여권 인사 등을 피고발인으로 삼았던 만큼 피고인에게 고발이 이뤄지도록 할 동기도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은 검사가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서 수반된 것"이라며 "피고인은 당시 여권 정치인·언론인을 고발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기에 사안이 엄중하고 죄책도 무겁다"고 질타했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김웅이 고발장을 전달한 행위는 공모자, 공모자 사이 내부전달에 불과해 공직선거법 위반 및 실행 착수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각 고발장은 선거일 전까지 수사기관에 접수되지 않았고 관련 언론 보도 등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손 검사장은 법정을 빠져나가며 "사실관계, 법률관계 모두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해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이날 손 검사에게 유죄가 선고되면서 이 사건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 중 처음으로 유죄 판결을 받는 사건이 됐다.
공수처는 "판결문을 받는대로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