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정훈 "'노씨 일가 40년' 마포갑서 승리해, 정치1번지로 바꾸겠다"
입력 2024.01.31 06:00
수정 2024.01.31 06:00
"낡고 실력없는 운동권 청산 시대정신"
"인재영입으로 젊고 유능한 與 준비"
"노씨 부자 40년 마포갑, 어려운 싸움"
"경선 후유증 걱정, 대승적 판단해야"
서울 마포갑 출마를 선언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마포갑을 '정치1번지'로 바꾸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 마포갑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선을, 노 의원의 아버지인 노승환 씨가 5선 국회의원과 재선 구청장을 지낸 곳이다. 40년 노씨 부자가 집권한 곳에서 승리해 정치적 변화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특히 조 의원은 이번 선거가 운동권을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무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 민주당 위성정당 출신으로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지만, 민주당 운동권의 전체주의적 성향과 무능함을 고발하며 '86 운동권 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던 그다.
단순히 메시지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조 의원은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정치 세대교체를 위한 인재들을 준비해왔다. 40명을 목표로 시작해 현재 25명을 영입했으며, 이제 막바지 단계다. 이전 총선과 비교해 '큰 한방이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슈몰이가 아닌 정치를 잘할 수 있는 분들을 기준으로 모셨다"고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경선 후유증이다. 현재 마포갑에는 조 의원 외에도 이용호·최승재 의원, 신지호 전 의원 등 당내 자원들이 출마를 선언하며 치열한 경쟁이 진행 중이다. 실제 대흥역 사거리에 서면 이들 4명의 선거사무소 현수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뜨겁다.
조 의원은 "경쟁자들도 훌륭한 후보지만 나는 주민들이 원하는 후보"라고 자신감을 표하면서도 "서울은 경선을 한 뒤에 수습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원래 동족상잔의 비극이 더 무섭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본선 경쟁력을 기준으로 당에서 판단에서 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다음은 서울 마포갑에 출마를 선언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과의 일문일답.
Q. 조 의원이 상징했던 총선 어젠다 중 하나가 86 운동권 청산이었다. 한동훈 위원장도 86 특권 정치 청산을 내걸었다.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이 될 수 있을까.
"586 운동권이라는 단어의 동의어는 실력 없고 낡은 정치라고 생각한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진짜 일 대 일로 원고 없이 한번 토론을 해보고 싶다. 운동권 선배들이 운동하던 시간에 나는 공부를 하고 국제사회에서 살았다. 운동권 경제학과 내가 배웠던 것을 원고 없이 한번 토론을 해보고 싶다. 그럼 그들의 밑바닥이 여실히 드러날 거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586들 집에 가라는 게 아니다. 과연 그들이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좋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까. 단언컨대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운동권 청산은 낡고 실력 없는 정치를 교체하자는 의미다. 형님으로 모시는 친한 선배들도 많지만, 어디까지나 사적인 관계지 공적인 자리를 차지할 자격은 더 이상 없다.
총선에 소위 '20년 주기설'이 있다. 20년 만에 구성원이 확 바뀌는데 최소한 보수정당은 그 주기설에 맞춰 변화가 있었고 마침 이번이 20년 주기에 해당한다. 또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역 의원 자리가 많이 비어있다. 인재영입위원회가 40명을 영입 목표를 세운 것도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보다 더 역동적이고 젊은 정당을 만들어보는 게 개인적인 소망이다."
Q. 최근 임종석 전 실장이 한동훈 위원장에게 동시대 선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운동권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 의식, 소위 채권자 의식의 핵심인 것 같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서 희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를 해보자. 우리 사회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사람 중 가장 보상을 많이 받은 사람이 누군가. 586 운동권이다.
예를 들어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주고 보상금도 안 받고 가면 얼마나 고마운가. 그런데 지갑 찾아주고 지갑에 있는 돈의 10배 이상을 보상으로 요구하면 우린 도둑놈이라고 부른다. 지금이 딱 그런 상태다. 운동을 하지 않은 후배들은 고마운 마음이라도 가지라는 것인데 (정치하지 말고) 조용히 집에 가시면 잘 모시겠다.(웃음)"
Q. 민주당 위성정당으로 공천을 받았는데, 선배들에게 용기 있게 쓴소리를 하며 맞섰다. 운동권 청산이라는 시대정신 구축에 역할을 한 것도 알겠다. 그런데 정작 총선의 상대는 운동권 출신이 아니다.
"참 어려운 문제다.(웃음) 마포라는 지역을 보면 대한민국의 축소판 같다. 일례로 아현동 같은 경우 상전벽해를 이뤄 지금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즐비하다. 그런데 조금만 내려오면 아직도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곳도 있다. 지역 내 큰 격차가 공존하는 곳인데 시장이 개발을 했지 정작 정치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지역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 40년 동안 한 가문이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여기 결혼식 주례만 1만3000번을 섰다더라. 우리 당 지지자인데 내게 '노웅래 떨어지면 찍어주겠다'고 한다. 아들 결혼 주례를 섰다거나 남편을 소개해 줬다는 이유다. 반면 우리 당은 그동안 당협위원장만 13번이 바뀌었다. 절대 만만한 싸움이 아니고 이곳에서 최대한 많이 승리해야 주변 서대문·은평·영등포·경기도 고양까지 바람을 일으켜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이용호·최승재 의원, 신지호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자원들이 이곳에 출마하겠다고 많이 왔다. 이들보다 조 의원의 강점이 뭐가 있을까.
"주민들이 원하는 후보라고 답을 하겠다. 경쟁자들이 좋은 후보지만 마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용호 의원이 '호남 출신이 여기 당선된 적이 없다'고 하는데 마포답지 않다. 또 신지호 전 의원은 확실한 우파를 얘기하는 데 마포를 진짜 모르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최승재 의원은 소상공인이 많은 동네라고 하는데 아니다. 마포는 젊은 프로페셔널의 동네다. 통계가 그렇다.
나도 물론 완전히 마포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신상품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있다. 특히 40년 동안 한 상품이 판매된 곳이다 보니 '신상'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고인 물을 썩기 마련이다. 나는 딱 15년을 정치하겠다고 했고, 이제 11년 남았다."
Q. 경선이 치열하면 후유증이 크고, 본선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그게 제일 걱정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나 다른 후보들을 위해서라도 당에서 우선공천(전략공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선을 해버리면 '이인제법' 때문에 다른 지역을 갈 수가 없다. 특히 이용호 의원은 호남에서 어려운 결심을 하고 오지 않았나.
서울은 경선을 한 뒤 수습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원래 동족상잔의 비극이 더 무서운 게 아닌가. 경선을 하면 후유증이 크다는 것에 다른 후보들도 일부분 동의하는 것 같다. 본선 경쟁력을 기준으로 당에서 판단을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기는 후보가 결국 충신이다."
Q. 바로 옆 지역구 마포을에 김경율 비대위원을 한동훈 위원장이 소개하면서 전략공천이 아니냐 진통이 적지 않았다.
"한동훈 위원장이 이기고 싶다는 전의를 불태우는 것은 전쟁에 나가는 팀의 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얘기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라는 게 한 발 늦게 가더라도 다 같이 가야하는 게 업이다. 그 과정에서 조금 섬세하지 못했던 것은 있다. 그래서 한 위원장 얘기처럼 마포을은 경선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출마하는 것을 막을 순 없다. 김경율 비대위원이나 김성동 위원장이나 다 잘 알아서 지금은 조심스럽지만 경선이 끝나고 공천이 결정되면 다 한 팀으로 움직여줄 것이라 믿는다."
Q. 당에 오자마자 인재영입위원이라는 중책을 맡았는데 지금 중반을 넘어섰다. 총평을 해본다면.
"40명 영입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이제 15명 정도 남았다. 곧 마무리가 될 것 같은데, 타율 3할을 유지하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10명을 추천 받아서 접촉을 해보면 수락하는 비율이 30%가 채 안 된다. 정치 혐오가 점점 심해진다는 것을 느낀다. 나름 사회적인 평판을 얻고 잘 살아온 사람들이 정치권에 와서 굳이 욕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는 거다. 특히 최근 배현진 의원 피습 사건을 보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정치 혐오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로 느꼈다.
단 인재영입위의 시스템은 잘 자리 잡았다고 본다. 심지어 이철규 위원장의 추천도 다른 위원들이 소위 말해서 깐다. 실무진이 볼 때마다 조마조마해 한다. 그래서 지금은 아예 추천인도 가리고 철저히 실력으로 심사한다. 혹여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인물이 있을지 모르지만 영입된 분들 모두 훌륭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한다."
Q. 이전에 비해면 인재영입에 큰 한방이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처음부터 손흥민과 김연아를 영입하는 게 아니고서는 이슈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슈로 접근하지 말자고 했다. 비례대표 포함해 초선만 하고 집에 갈 사람 뽑지 말고 원내로 진입해 정치를 잘할 분들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대표적으로 전상범 판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서울대 법대를 나오고 판사를 했는데, 원하는 지역구를 물어보니 서울 강북갑을 이야기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굉장히 험지라서 의문이었는데, 본인이 자랐기 때문에 거기서 정치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뿐만 아니라 같이 정치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 즐겁다."
Q. 얼마 전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토크콘서트를 하고, 국민의힘에서는 인재영입을 했다. 큰 그림 그리시는 게 아닌가.
"지금은 지역구 출마를 했지만 그때는 시대전환이라는 작은 당의 비례대표 의원이었다. 합당을 앞두고 전국의 당원들과 이야기를 해보자는 차원에서 부산에서 시작을 했는데 속된 말로 대박이 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이름 적힌 피켓도 봤다. 그래서 8회까지 한 것 같다.
마포에서 정치를 하지만 내 눈은 대한민국 전체에도 가 있다. 마포를 위해서 서울을 생각하고 서울을 위해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것처럼, 반대로 대한민국을 위해 마포에서부터 시작을 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줌아웃을 자유롭게 하는 사람으로 봐달라.
그리고 '정치1번지' 하면 대통령이 있거나,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더해 경합지역이어서 인물이 매우 중요한 선거구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종로나 용산이 그렇지 않나. 마포갑을 노씨 일가 40년 집권에서 벗어나 그런 정치1번지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
Q. 마지막으로 당원 및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선거가 아니라 선거 다음 날부터가 중요하다. 정치의 가성비·효능감이 이렇게 떨어져 본 적이 있나 싶다. 예전에는 행정부가 중요했지만 문민정부 이후 입법부가 행정부에서 권력을 많이 가져왔다. 부동산 3법과 최저임금 같은 것들도 국회가 결정하는 구조가 돼버렸다. 그래서 국회가 잘못되면 그 피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21대 국회를 통해 많은 국민이 알게 되셨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잘못되면 4년을 크게 고생하고, 반대로 잘 되면 대한민국이 크게 발전할 수 있다. 특히 데일리안 독자분들에게 당연하지만 이번 총선이 너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결코 투표를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