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용산의 '한동훈 지우기'?…신임 법무부 장관 박성재 내정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4.01.23 10:02
수정 2024.01.23 12:47

尹대통령과 오래 알고 지낸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대구지검서 같이 근무한 인연

尹대통령,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거부하자 서둘러 낙점한 인상

중량감 있는 인물로 조기에 임명해 법무부와 검찰 조직 동요 차단 의도

김건희 수사 대비해 이원석 총장 겨냥 시각도…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가능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23일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61·사법연수원 17기)을 지명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직을 사퇴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특히 이번 인사는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사퇴를 거부하자 윤 대통령이 서둘러 낙점한 인상이 짙다. 중량감 있는 인물로 법무부 장관을 조기에 임명해 법무부와 검찰 조직의 동요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지난 18일 법무부 차관을 이노공 전 차관에서 심우정 현 차관으로 교체한 데 이어 새 법무부 장관도 박 전 고검장으로 낙점하면서 ‘한동훈 지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고검장은 경북 청도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대검찰청 감찰2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 요직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을 지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첫 검찰총장에 후배인 문무일 당시 부산고검장이 내정되자 사직했다.


박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로 알려졌다. 박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이 초임 검사로 대구지검 형사부에 배치됐을 당시 옆 부서에서 근무했다. 또 윤 대통령이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돼 대구고검에서 근무할 당시 대구고검장이었다.


반면 박 전 고검장과 함께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길태기(65·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특별한 개인적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非)검찰 출신인 장영수(64)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한때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결국 내정되진 못했다. 상대적으로 검찰 출신 법조인들에 비해 조직 운영 및 관리 능력이 미숙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부 차관에 심우정 대검 차장 임명.ⓒ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논란이 있는 와중에 박 전 고검장을 서둘러 내정한 것은 중량감 있는 인물을 통해 법무부와 검찰을 조기에 안정적으로 장악하길 바라는 이른바 윤심(尹心)이 반영됐다는 게 중론이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 박 전 고검장을 두텁게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이번 장관 인선을 두고 이원석 검찰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언론보도도 나오고 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두고 윤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박 전 고검장을 지명했다는 해석이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 한 전 장관과 가깝다고 알려진 인사는 신자용 검찰국장, 송경호 중앙지검장, 권순정 기획조정실장, 김선화 의정부지검장, 김창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 박혁수 대검찰청 대변인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인사들은 대통령실 법무 참모들과도 꾸준히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18일 이노공 전 차관이 사임하자 윤 대통령은 심우정(26기) 대검 차장검사를 신임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했다. 심 신임 차관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손발을 맞춘 바 있다.


또한 법무부는 대검찰청 차장검사(고검장급)에 신자용(28기) 법무부 검찰국장을,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권순정(29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24일자로 보임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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