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축구냐! ‘짜요’마저 쭈그러들었다 [기자수첩-스포츠]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4.01.20 07:00
수정 2024.01.20 09:01

굴기는커녕 눕고 있는 중국 축구 아시안컵서 밑바닥 드러내

굴기 이끌어야 할 고위 관리들 승부조작 가담 등 부정부패 만연

“이제 잠시 해산하자”는 중국 축구팬들 말대로 정화의 시간 필요


ⓒXinhua=뉴시스

팽팽했던 ‘짜요’ 함성도 자조(自嘲)를 자아내는 중국 축구 앞에 쭈그러들었다.


중국 축구대표팀(피파랭킹 73위)은 지난 17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레바논(피파랭킹 107위)과 0-0 무승부에 그쳤다. 조 2위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은 조별리그 탈락 가능성도 안고 있다.


첫 상대 타지키스탄(피파랭킹 106위)에 20개의 슈팅을 허용하는 졸전 끝에 ‘무득점 무승부’ 성적표를 받아든 중국은 레바논전을 앞두고 “사활을 걸고 해보자”고 다짐했지만, 중국 축구팬들로부터 야유까지 듣는 수준 이하의 경기력으로 같은 결과를 받았다.


볼 컨트롤이나 정교한 패스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 상대의 허술한 수비로 인해 찾아온 몇 차례 결정적 찬스도 어이없게 날렸다. 장위닝과 투톱으로 나선 우레이마저 후반 중반 교체 아웃됐다. 레바논도 비신사적인 행동이 많았지만 중국의 ‘소림축구’도 그에 못지않았다. 실력으로 ‘약체’를 압도하지 못하다보니 무리한 플레이를 하게 됐다.


세 자릿수 피파랭킹의 팀들을 상대로 이런 수준의 경기를 펼친다면, ‘2026 FIFA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출전국 확대(48개국)가 없었다면 월드컵 진출은 꿈도 꿀 수 없다. 중국 내부에서도 “월드컵의 질을 떨어뜨릴 것”, “축구대표팀은 해산하고 다시 시작하자” 등의 말이 나온다. 중국 축구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축구가 흥한 적도 없지만 몰락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치우미’ 시진핑 주석은 “2050년까지 중국을 세계적인 축구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축구 굴기'라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국가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에서 선수와 코치를 대규모로 영입했다. 또 중국 정부는 프로 축구 클럽에 각종 세금 혜택을 내걸고 막대한 투자를 유도했다. 대외 전략도 ‘핑퐁 외교’에서 ‘축구 외교’로 바뀔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축구 굴기를 선언한 지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2024년. 굴기는커녕 중국 축구는 눕고 있다. 축구 굴기를 추구했던 시진핑 국가주석도 타 정상과의 회담에서도 “우리 축구대표팀의 실력은 믿을 수 없다”는 조롱 섞인 발언을 뱉으며 '반부패 캠페인' 등 중국 축구의 전면적 개편을 시사했다.


ⓒXinhua=뉴시스

중국 축구가 실패한 직접적 원인 중 하나가 축구 굴기를 뒷받침하겠다던 주요 관리들의 부패와 무능이다.


15세 이하 선수들 경기에서도 의혹이 불거질 정도로 중국축구와 승부조작이 불가분의 관계가 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정당당한 승부와 경쟁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돈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는 구조 속에서 더 이상의 축구 발전은 있을 수 없었다.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재정의 건전성도 무너졌다. 축구나 정치나 부정부패가 끼었을 때 어떻게 망가지는지 중국축구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곳에서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런 축구라면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이미지까지 크게 실추될 수 있다.“이제는 잠시 해산하자”는 한 중국 축구팬의 말처럼 중국에는 당장의 성적보다 정화가 더 필요한 시기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