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상식 3인 탈당, 이낙연 신당과 결합 가시화…'잔류' 윤영찬은 '출당' 압박받아
입력 2024.01.11 00:00
수정 2024.01.11 05:09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창당 계획 곧 발표…
새로운 정치 이낙연·박원석·정태근과 추진"
윤영찬 돌연 당 잔류 선언 앞서 공교롭게
지역구 자객 현근택 성희롱 의혹 맞물려
더불어민주당 혁신계 의원모임 '원칙과상식'이 예고한 대로 탈당을 선언했다. 당초 소속 의원 4인이 공동행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영찬 의원이 홀로 당 잔류를 선택하며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3인만이 탈당을 했다. 이들 3인은 조만간 신당 창당 계획과 비전을 발표하고, 11일 탈당하는 이낙연 전 대표 등과 제3지대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이재명 사당화'와 '개딸 전체주의'를 비판해 온 김종민·이원욱·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오늘 민주당을 떠나 더 큰 민심의 바다에 몸을 던진다"고 밝혔다. 이어 "세상을 바꾸는 정치로 가기 위한 개혁대연합, 미래대연합을 제안한다.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가 돼있다면 모든 세력과 연대·연합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회견 후 취재진을 만나 "창당 계획을 정리해서 이르면 내일(11일)이나 모레(12일) 정도에 공식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이낙연 전 대표와는 우리가 이런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제안드리면 같이 동참하실 것으로 생각하고, 그 외에도 박원석·정태근 전 의원 등 새로운 정치를 갈망했던 분들과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실제로 탈당을 함에 따라 총선을 약 90일 앞두고 야권 재편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원칙과상식 신당 창당 작업에는 정태근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치혁신 포럼 '당신과함께'가 합류해 실무 작업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전 대표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원칙과상식이 신당 합류 의사를 밝혔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예고된 이 전 대표의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도 김종민 의원이 회견장을 예약했다.
혁신계의 이탈이 현실화되자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을 담은 메시지가, 친명(친이재명)계 강경파를 중심으로는 3인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가 쏟아지기도 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당내에서 꾸준히 다른 목소리를 내온 분들에게 손을 내밀어 줄 것을 요구해왔지만 결국 모두가 행복한 결말은 만들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홍영표 의원은 트위터에 "안타깝고 아쉽고 아프다"며 "비난보다 우리를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의 혁신과 통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페이스북에 "이 분들을 담을 자리가 민주당에 없다는 현실도 안타깝기만 하다"고 적고 "윤영찬 의원은 정치적 판단으로 남은 것이 아니다. 그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남은 것이다. 또 다시 그에게 모멸감을 주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두둔했다.
반면 정청래 최고위원은 "안 되겠거든 탈당 말고 은퇴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것이 아름다운 뒷모습"이라고 적었다. 김용민 의원도 "원칙과상식? 공천과 탈당!"이라며 이들의 결단을 평가절하하는 글을 적었다. 친명 원외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동주·양이원영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가치나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이낙연과 탈당파들의 관심사는 오직 권력과 공천뿐이다. 최근 벌어진 상황으로 급하게 꼬리를 내린 윤영찬 의원만 봐도 그들의 의도는 투명하리만큼 분명하다"고 맹폭했다.
당 내부에서는 윤영찬 의원이 막판에 잔류 결정한 것을 두고 '표면적으로 내걸었던 당 개혁 요구가 결국 공천을 위해 싸운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또한 커지고 있다. 3인의 결단보다는 '윤 의원이 돌연 공동행동 대열에서 이탈한 배경'에 더 큰 관심이 쏠리거나, 이들이 '언제 윤 의원의 잔류 결정을 알게 됐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등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친명 강성 세력, 윤영찬 잔류에도 '비토'
11일 오전 윤영찬 제명·출당 촉구 회견
이원욱 "공동행동 하자는 것 수도 없이
만나서 항상 강조해왔는데…안타깝다"
3인은 표면적으론 기자회견 직전에야 윤 의원의 당 잔류 결정을 전달 받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 의원은 기자회견 직전 페이스북에 "오늘 민주당에 남기로 했다.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며 "함께해온 원칙과상식 동지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종민 의원은 "4명이 같이 그동안 해온 과정에 비춰보면 우리도 당혹스럽고 정말 안타깝다. 그런데 윤 의원의 결정은 개인적인 문제다. 오늘 입장문에서 밝혔듯 우리가 가고자하는 길은 대한민국의 민심을 받들고 새로운 정치 이정표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 길을 멈출 순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원욱 의원도 "윤 의원의 최종 판단을 들으면서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다. 우리가 공동행동을 하자는 것은 수도 없이 만나 항상 강조해왔고, 그것은 절대 흐트러짐이 없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는데 갑자기 깨져서 당혹스럽고 안타깝다. 그러나 윤 의원이 잔류한다 해도 양극단의 혐오 정치 극복을 위해 좋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조응천 의원은 "(개혁신당) 천하용인에서도 용이 하나 빠졌잖느냐. 여기도 하나가 빠지나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한편 윤 의원이 돌연 잔류를 선택한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성희롱 발언 논란으로 현 부원장의 공천 컷오프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급변하면서 윤 의원이 당내 경선에 나설만 하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현 부원장은 경기 성남중원에서 윤 의원과 경쟁을 펼치며 이른바 '자객 공천' 사례로 언급되던 인물이다.
현재 친명 강성 의원들은 윤 의원의 잔류 결정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비토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윤 의원이 당에 남아 헤쳐나가야 할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11일 오전 9시 40분에는 윤 의원에 대한 제명과 출당을 촉구하는 국회 기자회견이 예고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