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알래스카항공 여객기, 비행 중 '냉장고만한' 구멍 뚫렸다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입력 2024.01.08 14:30 수정 2024.01.08 16:29

기장, 비상 선포하고 13분 만에 착륙… "인명피해 無"

비행중 동체에 커다란 구멍이 난 알래스카 항공의 여객기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알래스카항공 여객기가 비행 중 동체에 구멍이 나 비상 착륙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 당국은 항공사가 설치한 격벽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에서 5일(현지시간) 오후 5시쯤 승객 177명을 태우고 이륙한 알래스카항공 소속 보잉 737 맥스 9 여객기가 이륙 직후 동체에 구멍이 생기며 비상 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AP통신 등이 7일 보도했다. 사고를 목격한 승객들은 구멍이 냉장고 크기만 했다며 착륙할 때까지 두려움에 떨어야했다고 말했다.


탑승객 에반 스미스는 “구멍 근처에 앉아있던 어린 아이의 옷가지가 비행기 밖으로 날라가는 것을 보았다”며 “산소마스크가 눈앞에 떨어졌고, 여객기에 난 큰 구멍을 최대한 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착륙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포틀랜드 공항 측은 승객 1명이 경미한 부상을 당했을 뿐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해당 비행기는 포틀랜드에서 캘리포니아주 온타리오로 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륙 약 6분 후 상공 1만 6000피트(약 4.8km) 지점에서 비행기의 옆구리 부분이 파손됐다. 이 사실을 보고 받은 기장이 즉각 비상을 선포하고 하강할 수 있도록 관제탑에 요청했다.


관제탑 녹취록에 따르면 기장은 침착한 목소리로 관제사에게 “비행기의 일부가 뜯겨나갔다. 우리는 즉시 포틀랜드로 돌아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관제사는 비상 활주로를 빠르게 확보해 착륙을 도왔다. 사고발생부터 착륙까지 13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제니퍼 호멘디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은 “여객기가 뜯겨 나간 부분의 바로 옆좌석인 26A와 26B에 탑승객이 없었다”며 “26A 좌석의 등받이 부분이 사라졌고, 25A좌석의 머리 받침대도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아 승객이 타고 있었다면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철저히 조사해야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NTSB 측은 이번 사고가 비상문이 설치돼야 하는 자리에 항공사가 격벽을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보잉사에서 알래스카항공 측에 납품한 여객기에는 비상 출입문용 공간이 따로 설치돼 있었으나, 알래스카항공 측에서 이 부분을 판으로 씌워 일반 기내 벽면처럼 써왔다는 것이다. 조사 당국은 사고 원인을 조사한 뒤 빠르면 이번 주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알래스카항공은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객들에게 항공권을 다시 끊어주고 약 1500달러(약 2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항공사는 메일을 통해 “두려움을 느꼈을 승객 들에게 매우 죄송하다”며 “이번 사고에 대한 진상 파악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사죄했다.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