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엘리트'의 정석 한동훈, 성공의 조건은? [평론가 4인에게 물었다 ②]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4.01.06 06:00
수정 2024.01.06 22:22

박상병·신율·이종근·최병천 '온라인 대담'

"완성형 신언서판" 한동훈 인기 비결

尹과 차별화로 '김기현 시즌2' 극복해야

혁신 공천과 인재영입, 내홍 최소화 과제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걸려 있는 22대 총선이 예정돼 있다. 집권 중반기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총선 결과에 따라 안정적 국정 기반을 얻느냐 또는 레임덕의 늪에 빠지느냐가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등판하며 여야 미래 권력들의 운명도 걸렸다. 바야흐로 정치의 해다.


데일리안은 갑진년 새해를 맞아 대표적인 정치평론가 4인 박상병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 이종근 시사평론가,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가나다순)을 모시고 △윤석열 정부 평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과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리더십 △22대 총선 전망을 물어봤다. [편집자주]


(왼쪽부터) 박상병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 이종근 시사평론가,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 ⓒ본인 제공·연합뉴스·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 갈무리

새해 대한민국 정치권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물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강남 8학군 출신,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 합격, 최연소 검사장과 최연소 법무부 장관 타이틀은 전통적인 엘리트 그 자체다. 여기에 더해 깔끔한 외모와 영화 '킹스맨' 등장인물에 버금가는 클래식한 드레스 코드는 "신언서판(身言書判) 완성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의 인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격동기를 거쳐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던 우리 국민들은 지도자 만큼은 역경 극복의 감동 스토리가 있는 인물에 주목했고 열광했다. 이에 반해 '클래식 엘리트'의 전형에 가까운 한 위원장의 부상은 정치인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물론 동시에 정치적 한계도 뚜렷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권력의 뿌리가 윤석열 대통령이며, 윤석열 권력에서 파생된 존재"이며 선출된 권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통해 그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만 기대서는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가 쉽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음은 정치평론가 4인과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과제' 관련 일문일답.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국민의힘 경기도당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지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굉장히 뜨겁다. 그 이유가 있다면.


▲ 박상병 = 젊고 참신하면서 스마트한 이미지가 국민적 호감도를 높였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반감과 증오가 새로운 인물 한동훈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 측면도 있다. 나아가 정치 실종, 무한 대결의 '진영 정치'를 끊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투영됐다고 본다.


▲ 신율 = 뛰어난 패션 감각, 촌철살인의 순발력, 수려한 언행 등 정치 감각의 뛰어남을 통해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 이종근 = 전혀 다른 새로움이다. 예를 들어 문국현·안철수·문재인·이재명·윤석열까지는 모두 '익숙한 새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비여의도 출신의 신인이지만, 오래전부터 언론에 노출된 구형 신인이다. 그런데 한동훈은 신인인데 익숙한 구석은 안 느껴지고 전혀 낯설다. 강남 8학군 출신에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시 소년 급제, 동급의 실력에 미모를 겸비한 좋은 집안의 변호사 아내, 한마디로 금수저다. 도덕성과 윤리성에서 높이 평가받고 상대방이 반격할 엄두를 못내는 논리로 무장돼 있다. 약자에 대한 배려도 곳곳에 배어 있다. 신언서판의 완성으로 표현되는 한동훈 현상은 자기 자녀들을 한동훈처럼 키우고 싶다는 '워너비'의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 최병천 = 역설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한동훈에 대한 관심은 국민적 관심이 아니라 보수 쪽의 관심이라 본다. 윤 대통령은 캐릭터 측면에서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다. 팬덤이 없는 이유다. 그러나 한동훈은 다르다. 강남 우파, 70년대생, 조선제일검, 유창한 영어실력, 준수한 외모 등 한동훈 캐릭터는 보수에게 어필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우여곡절 끝에 한동훈 비대위가 탄생했다. 윤석열 직할체제라는 평가가 있고, 반대로 박근혜 비대위처럼 수평적 당정관계로 당의 확장을 이끌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동훈 비대위의 성격은.


▲ 최병천 = 한동훈 비대위와 2012년 박근혜 비대위는 여건이 다르다. 첫째 2012년은 이명박 정부 임기 후반이었지만 지금은 윤석열 정부 임기 초반으로 대통령 권력이 살아 있다. 둘째는 박근혜는 이명박과 대결하는 리더십이었고 애초 권력 기반이 달라 차별화가 용이했다. 반면 한동훈은 권력의 뿌리가 윤 대통령이다. 차별화의 한계가 뚜렷하다.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한동훈 비대위는 수평적 당정관계보다는 윤석열 직할체제에 가깝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적 특수성 때문에 '혁신의 외향'을 띄려고 노력할 것이다. 대통령과 차별화는 쉽지 않지만 총선은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한동훈 정치력이 작동해야 한다.


▲ 박상병 = 윤석열 직할체제로 대변되는 '김기현 시즌2'가 될 것으로 본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한동훈의 태도는 윤석열 직할체제의 압축판을 보여준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약간의 이벤트성 당정관계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본질은 '김기현 시즌2'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신율 = 직할체제가 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첫 번째 관문은 역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인데, 어떻게 다루는지 더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비정치인을 통한 정당·정치 개혁을 추구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것이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 이종근 = '윤석열 아바타'라는 프레임을 걸어서 어떻게든 폄하하려는 민주당의 의도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한 위원장은 2007년 부산지검 검사 시절 전군표 국세청장을 뇌물 혐의로 구속시키겠다는 뜻을 노무현 대통령과 사시 동기인 정상명 검찰총장에게 직을 걸고 관철시킨 일화가 있다. 당시 부장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게 "넌 늘 수사를 융통성 없이 독립운동하듯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무조건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을 수평적 관계라 정의하는 이준석과 달리 옳은 것은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직언할 수 있는 비대위가 될 것이라고 본다.


- 한동훈 비대위가 성공하기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 박상병 = 윤 대통령의 용산과는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 직전의 김기현 대표 체제와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면 희망이 없다. 특히 야당과의 협치를 구하는 전면에 서는 게 집권당 대표의 운명이다. 하지만 취임 첫날부터 야당을 공격하는 등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 신율 =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윤 대통령의 의중과 반대되는 행동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치 혐오를 통해 정치를 바꾸려 하지 말고, 정치적 경험과 경륜도 존중하면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야당을 타도의 대상으로 볼 게 아니라, 파트너로 생각하는 자세도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야당에 대한 비판보다는 자기 성찰과 반성을 우선적으로 보여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 최병천 = 정치에서 중도확장의 개념적 본질은 '약점 보완'이다. 한동훈 비대위가 성공하기 위해 실천해야 할 핵심 과제 역시 '약점 보완을 통한 중도확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윤석열 정부의 약점을 정직하게 직시해야 한다. 둘째, 약점 보완을 위한 액션플랜을 가동해야 한다. 셋째, 내부의 저항에 대해 제압 또는 조율을 하며 액션플랜을 '관철'해야 한다.


▲ 이종근 = 공정한 공천관리 시스템으로 낙천자들의 반발을 무리 없이 연착륙시키는 것이다.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정도의 공천 혁신, 즉 무능하면서 자리만 보전하려는 '올드 보이'들의 무리 없는 퇴진이 중요하다. 빈 자리에는 기존 보수당의 이미지를 보완해 줄 새로운 인물들의 영입, 문자 그대로 이종교배를 성공시켜야 한다. 이회창 때 영입한 원희룡·남경필·나경원 등이 좋은 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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