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로 尹 임기 단축시키자는 조국 발언, 위헌적 발상…개헌안 통과돼도 소급 입법 불가" [법조계에 물어보니 307]
입력 2024.01.03 05:18
수정 2024.01.03 05:18
법조계 "대통령 임기 손대는 헌법 개정, 대의제도 근간 허무는 행위…법학자로서 해선 안 될 말"
"야당이 200석 가지게 된다고 해서 '헌법 조항 마음대로 바꿔도 된다'는 것 의미하는 것 아냐"
"조국, 법전원 교수 시절에도 '오상방위' 오개념 강의한 적 있어…헌법 자세히 모르고 하는 말"
"헌법 제128조 2항 바꾸면 국회의원 임기도 단축될 것…민의를 '법 개정'으로 다시 바꾸는 것"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올해 총선에서 야권이 대승해 헌법을 개정하면서 '부칙'을 넣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자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임기를 손대는 헌법 개정은 그 자체가 위헌적 발상이며 이는 대의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행위인 만큼 법학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개헌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소급 입법이 불가능하다면서, 설령 야당이 200석을 가지게 되더라도 헌법 조항을 마음대로 바꿔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3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지난 달 27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내년 총선에서 200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면, 윤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개헌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희망하건대 민주개혁 진영이 내년 총선에서 200석 이상을 얻는 압승을 하면, 개헌하고 부칙에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넣을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내년 12월에 대선을 하는 걸로 헌법에 넣으면, 대선을 내년 12월에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여야가 합의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탄핵보다 개헌이 쉬울 수 있다"며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야권 의석이) 200석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보수 진영의 일부가 개헌에 합의한다면 매우 합법적 방식으로 (윤 대통령의) 임기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는 "조 전 장관의 발언은 민의를 왜곡한 것으로 봐야 한다. 애초에 소급 입법이 불가능하기에 윤 대통령 본인이 사퇴하지 않으면 개헌한다고 하더라도 임기 단축은 불가능하다"며 "과거 조 전 장관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절에도 형법 강의를 하던 도중 '오상방위'에 대한 오개념을 강의한 적이 있다. 헌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발언하기에 발생하는 일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헌법은 사익을 위해 법을 개정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렇기에 설령 야당이 총선에서 압승해 다수 의석을 차지하더라도 함부로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통령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을 선출했다. 그런데 야당이 다수당이 됐다고 해서 헌법을 바꾸며 대통령의 임기를 줄인다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임무영 변호사(임무영 법률사무소)는 "조 전 장관의 주장처럼 중임으로 바꾸거나 임기를 4년으로 단축하는 것과 관계없이 대통령의 임기를 손대는 헌법 개정은 그 자체가 위헌이다. 조 전 장관 발언대로면 야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이들이 헌법을 개정해서 영구 집권을 해도 된다는 것과 같다"며 "200석을 가지게 된다고 해서 조항을 마음대로 바꿔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을 군주제 국가로 만들어 왕정을 채택해도 된다는 차원의 발언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물론 실제로 200석을 확보하게 되면,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할 경우 50% 찬성을 받기는 쉬울 것이다. 하지만 헌법이라는 것이 가진 내재적 한계가 있는데 이를 무시한 채 개헌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조 전 장관이 헌법 제128조 2항을 바꾸자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이같은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이 '효력이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회의원에 대한 임기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기에 선거로 확인된 민심을 법 개정으로 다시 바꾼다는 것과 같다고 봐야 한다"며 "조 전 장관 말대로라면 기본적으로 대의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것에 해당한다. 대의제도는 투표를 통해 일정 임기 동안 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이후 표로 심판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김 변호사는 "자의적 지배를 허용하는 내용이나 독재 같은 것을 허용시키는 헌법 개정은 헌법 개정 불가 사항이다. 그렇기에 개정을 하더라도 법적 효력이 없다"며 "헌법이 규정한 책임 정치를 전제로 하는 대의제도를 부인하는 것은 위헌성 발상이라고 보이는 측면이 있다. 조 전 장관이 형법학자이지만 법에 대한 해석은 헌법을 근본으로 해야 하는 것이기에 헌법적 마인드를 먼저 갖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