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강도 게임규제 완화할까...게임업계 예의주시
입력 2023.12.26 12:56
수정 2023.12.26 12:56
일일지출한도 설정 등 과금제한 규정 다수
현지 주요 게임사 시총 하루만에 104조 증발
당국 태도전환...의견 수렴해 최종안 발표
중국이 내년 1월 새로운 게임 규제안을 내놓는다. 현재 중국 현지에서 게임을 서비스 중이거나 중국 판호를 발급 받고 서비스를 준비 중인 한국 게임사들은 중국 당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규제가 초안대로 강도 높게 추진될 경우 더 이상 중국시장 진출이 이전만큼 큰 호재로 작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NPPA)은 지난 22일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2(검령2)‘, 위메이드의 ’미르M(모광쌍용)‘,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X(선경전설)‘ 등 한국 게임 3종에 외자판호를 발급했다.
올해 들어 중국 당국이 국산 게임에 외자 판호를 발급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NPPA는 지난 3월 ▲넥슨 ’블루 아카이브‘ ▲넷마블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크로스‘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 등 총 5개 게임에 판호를 발급했다. 5개월만인 지난 8월에는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판호를 획득했다.
중국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발령한 2017년 이후 3년간 한국 게임사에 단 하나의 외자판호도 발급하지 않았다. 그러다 2020년, 2021년 각각 1종씩, 2022년에는 7종에 판호를 발급하면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왔다. 올해 판호를 발급받은 국산 게임은 9종으로 한한령 이후 최다 개수다.
하지만 중국 규제 당국은 외자판호 대상 발표 당일 새로운 게임규제 초안을 공개하며 게임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해당 초안에는 이용자 일일 지출 한도를 설정해야 하고, 일일 로그인에 대한 보상 행위를 할 수 없으며, 투기 및 경매 형태의 게임 아이템 거래가 금지되는 등 고강도 규제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조치가 예고되자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대형 게임사들의 주가가 크게 휘청였다. 홍콩 증시에서 텐센트, 넷이즈 등 주요 게임사 주가의 시총은 22일 하루에만 800억달러(약 104조2400억원) 증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NPPA는 업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내년 1월 22일까지 규제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며 시장을 달랬다.
중국은 지난 20여년간 게임 규제를 점차 강화해왔다. 2000~2015년 닌텐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 등 비디오게임 콘솔을 금지했다. 이같은 규제는 온라인과 스마트폰 게임으로 확대됐다. 2019년 미성년자의 1주일 게임 시간이 90분을 넘지 못하도록 막았다. 2021년에는 이를 더 강화해 18세 미만은 공휴일과 금, 토, 일요일 등 주중 딱 사흘, 시간도 저녁 8시~9시 사이에만 온라인 게임을 허용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 당국의 규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초안 수준의 고강도 규제가 시행될 경우 국내 게임사들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게임사들이 유저를 대상으로 한 과금 유도를 크게 제한하는 것이 이번 규제 초안의 주요 골자”라며 “이로 인해 중국 내 게임들은 배틀패스, 확률형 아이템 등의 수익모델(BM)을 통한 수익이 크게 감소하게 되고, 특히 상대적으로 ARPU(유저 1명당 지불하는 금액)가 높은 역할수행게임(RPG)들은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국내 게임사들은 이번 규제의 주된 타깃이 아니어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새 규제안은 P2W(Pay to win, 돈을 써야 승리에 유리해지는 시스템) 성향이 짙고 확률형 BM(수익모델)이 과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및 수집형 RPG를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해당 BM 게임으로 중국에서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내 상장 게임사가 실질적으로 없다는 점에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제 당국이 유화적인 태도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규제 초안 발표 후 시장이 요동치자 의견을 청취해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시장 동요를 초래한 후 당국이 입장을 완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