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히딩크 감독님, 어디 계십니까" 깜짝 호명…네덜란드 국빈만찬 웃음꽃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3.12.13 10:21 수정 2023.12.13 15:21

네덜란드 왕궁서 만찬 "4강 신화 중심, 명장 히딩크" 박수

尹 "글로벌 자유 연대를 이끌어갈 가장 훌륭한 파트너"

알렉산더 국왕 K-신조어 열거…양국 우호 협력 강조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 뉴시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2002 한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주역이자 '한국 1호 명예 국민'인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귀빈들 앞에서 '깜짝 호명'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열린 국빈 방문 만찬에서 "2002년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 월드컵 4강 신화의 중심에는 네덜란드 출신의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있었다"며 "어디 계시냐"고 히딩크 전 감독을 찾았다. 히딩크 전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를 했고, 참석자들은 웃으며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히딩크 전 감독과 마주한 윤 대통령은 "한국 축구선수들의 유럽 진출 부흥기를 선도한 우리 박지성 선수의 유럽 커리어의 시작과 끝은 바로 네덜란드 리그였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은 이후 한국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히딩크 전 감독은 2002 월드컵이 끝난 이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였던 박지성 전북현대 테크니컬 디렉터, 이영표 전 축구협회(KFA) 부회장을 영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2년 7월 월드컵 4강 신화의 공로를 인정해 히딩크 전 감독을 '한국 1호 명예국민'으로 선정한 바 있다. 명예국민으로 선정되면 한국에 입국할 때 비자가 면제되며, 한국 영주를 희망해 신청하면 조건이나 심사 없이 영주권(F5)을 발급받을 수 있다.


히딩크 전 감독은 또 2014년 빌렘-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의 국빈 방한 당시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2018년 거스히딩크재단 업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히딩크 전 감독은 지난해에도 2002 월드컵 2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2022 KFA 풋볼페스티벌'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중학생 시절이던 1974년 월드컵 때 오렌지군단의 돌풍을 일으켰던 요한 크루이프에 열광했다"며 "지금도 많은 한국인이 토탈 사커를 최초로 선보인 요한 크루이프를 잘 기억하고 있다"고 스포츠를 통한 양국의 인연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특히 역사적·외교적 친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아름다운 튤립과 풍차로도 유명한 네덜란드는 한국에게 단지 유럽의 머나먼 나라가 아니다"라며 조선에 표류했던 네덜란드 선원 얀 얀스 벨테브레(한국명 박연)와 헨드릭 하멜을 언급했다.


이번 만찬은 빌렘 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알렉산더 국왕이 2014년 네덜란드 국가원수로서 처음 한국을 국빈 방문했고, 윤 대통령 스스로도 취임 후 마크 뤼터 총리와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점을 언급하며 "대한민국과 네덜란드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글로벌 자유 연대를 이끌어갈 가장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많은 다자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리셉션에서 제일 먼저 찾는 정상이 바로 뤼터 총리"라고 했다.


알렉산더 국왕은 "이제 대한민국은 네덜란드에 더 이상 멀리 있는 낯선 나라가 아니다"며 "라디오에는 K팝이 나오고 극장에서는 K무비를, 넷플릭스에서는 K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 슈퍼마켓에서는 K푸드가, 김치가 꽃양배추 대신 판매되고 있다. 네덜란드 사람은 기아 자동차를 타고, 유튜브에서 K크리에이터를 구독하고, K뷰티는 많은 사람이 최고라 평가한다"면서 양국의 우호 협력을 강조했다.


또한 70년 전 한국전쟁에 네덜란드가 파병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내일 우리는 여전히 자부심을 가지고 한국전쟁 참전용사라 하는 분을 만날 것"이라며 "당시 형성된 관계는 지금도 양국을 결속시키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빈 만찬에는 거스 히딩크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 마크 뤼터 총리 외 얀 안토니 브라위 상원의장, 룰린 카밍하 임시하원의장 등 네덜란드 측 주요 인사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사절단 등 210여 명이 참석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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