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서 등장하는 "유승민을 안아라" 목소리…왜? [정국 기상대]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3.12.10 00:00 수정 2023.12.10 00:00

당 내부에서 "유승민-이준석 분리해서 봐야"

주장 등장…신당 합류시 '충격 우려'도 한몫

劉의 '당내 영향력·확장성' "무시 못할 수준"

당 지도부와 尹대통령의 '설득·결단'이 관건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DB

국민의힘 내부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포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이준석 신당'으로 유 전 의원이 합류할 경우 악영향이 우려되는데다, 유 전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외연확장성이 이 전 대표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란 주장이 나와서다. 다만 당내에선 유 전 의원의 포용을 위해서는 대통령실의 설득과 결단이 필요한 만큼 적극적인 행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선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를 따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이달 27일 신당 창당 공식 선언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유 전 의원의 합류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유 전 의원이 지니고 있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내에 이준석계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적은데 유승민계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은 리스트로 만들 수도 있다. 애초에 영향력 자체가 다른 셈"이라며 "당내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 면에서나 외연확장을 할 수 있는 면에서나 유 전 의원은 어떻게든 안고 가는 게 당 입장에선 훨씬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의 영향력을 고려해 당의 울타리 내에 머물도록 포섭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찌감치 이곳저곳에서 분출돼 왔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3일 라디오에 출연해 "'슈퍼 빅텐트'가 말은 좋은데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상민 의원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 들어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들(유 전 의원 등)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면 훨씬 감동적이고 당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유 전 의원이 이 전 대표의 신당에 합류하지 않을 여지가 남아있다는 말이 정치권 안팎에 돌면서, 유 전 의원의 포섭은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지난 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 신당에 유승민 전 의원이 왜 가겠느냐. 유 전 의원의 요즘 행보나 말을 보면 '그냥 남겠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이렇게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 혁신위원회를 이끌었던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지난 10월말 유 전 의원과 만난 뒤 "유 전 의원은 애국자더라. 나라가 걱정되고 (당이 혁신에 성공하는지) 조금 지켜봐야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이 당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 그분은 합리적인 사람"이라며 국민의힘과 함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인 위원장과의 만남을 지속해서 거절해온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은 결이 조금 다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큰 정당에서 내부 선거를 준비하는 것과 당을 새로 만들어 전국 선거를 준비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돈도 돈이지만 사람을 모으고 하는 것들이 정말 어렵다"며 "이준석 전 대표의 인기야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단순히 인기만을 보고 매달 꼬박꼬박 당비를 내는 당원을 모집하거나 유권자를 찾기 어려운 걸 신당 해본 유 전 의원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니 만큼 '이준석 신당'과 같이 가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 유 전 의원을 품어야 한다는 주장은 당내 일각의 목소리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유 전 의원을 포섭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가 일치된 공감대를 이룬 뒤 설득에 나서는 것이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은근이 유 전 의원의 입김이 들어간 공천이 많았고 당선된 의원도 많은 만큼 유 전 의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문제는 용산과 지도부가 어떻게 유 전 의원과 접촉하고 함께 가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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