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선거제 개편'…민주당 '병립 vs 연동' 우왕좌왕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3.12.04 05:00
수정 2023.12.04 05:00

연동형 유지 측 "국민 신뢰 잃어선 안 돼"

병립형 찬성 측 "원내 1당 지위 유지해야"

제3의 방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거론도

김진표, 5일까지 선거구획정안 제출 요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가진 민생경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법정시한을 7개월이나 넘긴 선거제 개편('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 금지를 전제로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을 두고 좀처럼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이후, 원칙을 지켜야한다는 의견과 원내 1당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현실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을 놓고 양분된 모양새다.


우선 현행 선거제(준연동형 유지와 '꼼수정당'으로 비판 받은 위성정당 출현 금지) 유지를 주장하는 쪽은 "이 대표가 지난 대선과 당대표 선출 당시 공언한 약속을 지켜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병립형으로의 회귀는 그간 연동형 비례제 확대 적용 방침을 내세우던 민주당의 약속을 스스로 뒤집는 모순이자, 국민의 선택을 받는 총선에서 신뢰를 스스로 추락시키는 꼴이라는 주장이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1일 방송된 민방 공동기획 토른 프로그램 '국민맞수'에 출연해 "병립형 비례 회귀가 공천권도 행사하고 양당 지도부가 이해관계가 딱 맞기 때문에 결국은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멋진데 왜 지냐. 이기면 된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멋지게 (총선을)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한 발언을 직격한 것이다. 이 의원은 그간 이 대표와 강성 친명(친이재명)계 및 개딸(개혁의 딸)들을 향해 쓴소리를 가감없이 날리다 이날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반면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제안하는 측은 "내년 총선에서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해 '원내 제1당'을 유지해야 윤석열 정권을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행 (준)연동형을 유지할 경우, 이미 국민의힘이 창당을 예고한 '위성정당'으로 인해 원내 1당 지위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기인한 것이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DB

당내 선거제 관련 의견에 계파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도 눈에 띈다. 그간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사당화' 비판이나 '개딸(개혁의 딸) 당'이라는 지적에 다수 친명(친이재명) 대 소수 비명(비이재명) 구도로 쪼개져 대립해왔다.


그런데 이 사안과 관련해서는 김상희 의원 등 무려 민주당 소속 75명의 의원들이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과 한 목소리를 낸 의원들 중엔 친명계로 분류된 김두관·민형배 의원도 포함됐다.


위성정당 방지법이란 총선 참여 정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동시에 내야 하고, 지역구 후보 숫자의 20%이상 비율을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반대로 비명(비이재명)계 중에서도 병립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설훈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연동형 비례제가 우리나라 정치 제도의 발전을 앞당길 순 있다"면서도 "만약 잘못된다면 향후 몇 년간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 모두를 포기하는 것이 될 수 있기에 현실적으로 병립형 비례제로 22대 총선을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연동형이냐 병립형이냐, 위성정당 금지냐를 놓고 민주당이 갑론을박을 벌이는 사이 '제3의 방식'도 거론된다. 총선은 병립형으로 치르되 이를 권역별 비례제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할 경우 전국을 3~6개 권역으로 나눈 뒤 지역마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할당하게 되는데, 이 경우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 비례대표 정수를 더 많이 할당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친명계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오전 MBC라디오에서 "우리가 해야될 일은 대구·경북에 우리 당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방법,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들어와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그것이 '권역별 비례제'라고 판단을 하고 기본적으로 대부분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열심히 뛰어주셨던 분들이 비례가 되는 것"이라며 "뛰기는 다른 분이 열심히 뛰었는데 역배려로 인해서 다른 분이 비례가 된다면 불공정하지 않나. 연동형인 경우에도 권역별 연동형이 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오는 5일 14시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의장은 △현행 국회의원 총정수(300명) 및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253명) 유지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 편차 허용범위 내 최소조정 등을 획정 기준으로 제시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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