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장이냐 현실화 임박이냐…'이낙연 신당론' 급부상에 野 설왕설래
입력 2023.12.01 14:21
수정 2023.12.01 14:33
'이재명 사퇴' 언급하며 연일 때리기 나서
친낙계 원외모임은 새 정치 플랫폼 띄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회동 여러 해석
"때 오고 있다" vs "당 위한 충정일 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도 새 국면을 맞은 모습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연일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직격하자 대선 경선에서 두 사람이 맞붙었던 이른바 '명낙대전'이 시즌2에 접어들었단 수식어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부인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까지 취하며 민주당 내부에선 이 전 대표의 향후 거취를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이같은 움직임이 단순히 당내에서 입지를 키우는 동시에 비명(비이재명)계에 대한 공천 학살을 저지하기 위한 '경고' 작업인지, 혹은 실제로 신당 창당을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인지를 두고는 설왕설래가 오가는 상황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는 최근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의 '엄숙·근엄·진지'라는 캐릭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작심 발언을 지속하고 있는데, 전날에는 "일주일에 몇 번씩 법원에 가는 이재명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사실상 이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의 거취에 대해 "당에서 중지를 모으고 결단할 것은 결단해야겠다. 그런 방법까지 제가 얘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난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단계가 지났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란 사회자의 질문에 "그동안 오래 기다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8일에는 앞서 자신의 대선용 싱크탱크로 출범했던 '연대와공생' 학술포럼 후 기자들을 만나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갈래의 모색이 있다. 국가를 위해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항상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이낙연 신당론' 급부상 배경에는 이 전 대표가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을 한 점도 꼽히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오래된 인연이란 점을 들어 신당과 관련성을 부인했으나, 김 전 위원장은 여야를 오가며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은 금태섭 전 의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등 신당 창당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어, 이 전 대표의 움직임이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관측에 더욱 힘이 실렸다.
이와 맞물려 친이낙연계 원외인사인 박병석 모색과대안 대표, 이 전 대표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김효은 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주축이 된 '민주주의실천행동'도 새로운 정치 플랫폼을 위한 시민발기인 모집에 나섰다. 실천행동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 플랫폼이 '이낙연 신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은 여전하다.
친낙계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당내 민주주의 회복을 선행할 것부터 압박하면서, 동시에 12월 신당 창당 여지를 남겨두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신경민 전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에서 "이제 사실은 때가 된 것이다. 12월 말 1월 초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면서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여전히 묶여 있고 여기에 개딸까지 결합이 돼 있다. 이제는 말뿐만이 아니고 행동으로 움직여야 될 때가 다가올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선 "그 키는 이재명 대표가 갖고 있다"고 압박했다.
윤영찬 의원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신당이라는 부분들은 결국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냐, 그리고 신당을 지지할 수 있는 세력이 분명하냐, 이 부분들이 계산이 서야 한다. 그러나 그 부분에 대해서 아직 어떠한 시뮬레이션도 없기 때문에 지금은 서로 여기(이낙연 신당)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단계는 전혀 아니다"라면서도 "(신당 출현 시기와 관련해선) 대개 그것이 12월까지는 가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당권을 쥐고 있는 친이재명계 주류를 중심으로는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관측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전날 밤 MBC라디오에서 "살아온 역정(歷程)이라든가 그런 것을 봤을 때 신당을 만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그러지는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정 의원은 "당의 최고 어른이고 가장 경륜이 높으신 분인데, 이렇게 당이 위기에 있을 때 당을 단합하고 또 통합하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조언들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진 의원도 최근 S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과 함께 정치인생 모든 과정을 다 해 오셨기 때문에 그것(신당)은 검토의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이 전 대표가 생각하는 민주당, 또 현재 민주당 당원들이 생각하는 민주당, 그러고 내가 생각하는 민주당,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민주당의 최대 공약수의 발전 방향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 그 (고심)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관측했다.
진성준 의원도 CBS라디오에서 "당에 대한 충정 또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고뇌 속에서 나오는 말씀이지, 그렇다고 민주당을 깨고 새로운 정당을 해야 되겠다라고 하는 말씀으로는 읽히지 않는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