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까지 불똥…기업 이미지 하락 '전전긍긍' [식료품 대혼란③]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3.12.01 07:03 수정 2023.12.01 07:03

“실효성 부족, 소비자 신뢰도만 나빠질까 우려”

“망신주기식 압박 보다는 자발적 참여 유도해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치솟는 생활물가를 잡기 위해 식품업계의 슈링크플레이션 단속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실효성 논란과 함께 식품기업 이미지와 소비자 신뢰도만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제품 용량을 줄이고, 원재료 함량을 조절하는 등 일부 식품기업들의 편법 인상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을 식품 등 73개 품목을 조사하고 12월 초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설치해 제보도 받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영어로 줄어든다는 의미의 ‘Shrink’와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 ‘Inflation’을 더한 표현이다.


최근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강력하게 요청하면서 일부 기업들은 가격 인상 대신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나서고 있다. 판매 가격은 그대로지만 양이 줄면서 소비자들은 실질적인 가격 인상이나 다름없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현 제도로는 줄어든 제품 용량과 실제 용량이 같다면 이를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렇다 보니 정부에서도 연일 식품기업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법적인 제재 방법 대신 여론을 움직여 간접적이나마 압력을 넣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주요 공무원들이 연일 식품기업을 방문해 가격인상과 슈링크플레이션 자제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기업들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를 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식품기업 이미지만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본시장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의 특성 상 비용이 증가하면 가격을 올리는게 순리라는 반응이다. 기업이 너무 높은 가격을 책정할 경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으니 업계에서도 스스로 적정선을 지킬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다만 식품의 경우 사치품과 다르게 장기간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망신주기식 방법으로는 물가 안정이라는 당초 목표는 물론 기업 이미지 하락이라는 부작용만 클 수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식품기업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대부분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B2C 상품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식품기업이나 브랜드 이미지는 매출과 직결된다.


이를 위해 기업 당 연간 수백억원의 광고비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지 하락이 향후 가격 인상을 불러오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고위 공무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식품기업이나 유통 현장을 찾아 세부 품목까지 거론하면서 압박을 주고 있는데 가격 인상을 잠시 보류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틀어막기는 힘들다”며 “기업 이름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언급되면 부정 여론 우려 등으로 부담이 크다 보니 인상을 발표했다가도 철회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가격 인상이나 슈링크플레이션과 관계가 없는 식품기업들도 덩달아 기업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어 불안감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인상분을 감내하면서 물가 안정이라는 정부 정책에 동참하고 있는데 정부가 연일 식품기업에 압박을 넣다 보니 같은 업계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꼼수를 쓰는 기업에는 제재를 가하고 반대로 동참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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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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