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더 띄워줄라…민주 지도부 '한동훈과 전면전' 거리두기 모드 [정국 기상대]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입력 2023.11.23 00:15
수정 2023.11.23 00:41

韓 "여당 아닌 야당이 날 띄워주는 것"

'추미애 vs 윤석열 갈등' 학습효과에

홍익표·박찬대 "오히려 무관심이 답"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등판설'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전면전'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을 큰 위협으로 느끼지 않고 오히려 환영하는 기류가 읽히고 있다. 손 쓰지 않고도 한 장관의 전면 부상에 따른 민주당 지지층 자동 결집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장관을 향한 수위 높은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차원의 '신중론' 역시 만만치 않다.


22일 민주당은 여권의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핵심카드인 '한동훈 등판설'이 힘을 얻음에 따라 여론전에 착수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윤비어천가'에 이어 '훈비어천가'를 부르는 국민의힘은 용산 하청정당이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이어 "대통령은 나랏님, 측근 장관은 '세자'로 모시는 듯한 국민의힘의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한동훈 장관이 '여의도 사투리 대신 5000만 언어를 쓰겠다'고 했는데, 법비들이 쓰는 서초동 사투리부터 고치라"며 "특활비와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이나 제대로 하기를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공직을 이용해 예비선거운동을 하면 안 된다. 법적으로 선거법 위반 소지를 따지기 전에 법무행정을 책임지는 장관이 할 행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자신을 향한 공세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곧바로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이 자신을 띄워주는 것 같다"라고 응수했다.


한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대안과 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을 만나 민주당의 비난에 대해서 "국민의힘이 나를 띄운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실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민주당이 저를 띄운다는 점에 대해 많은 분이 공감하실 것"이라고 역공했다.


또 전날 법무부 CBT대전센터 개소식에서 기자들을 만나서는 자신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는 민주당을 조준해 "누구는 대통령 탄핵도 얘기하는데, 대한민국 주요 공직자들을 모두 탄핵하겠다는 것이냐"라고 했다. 이와 함께 한 장관은 "최근 이재명 대표가 탄핵 남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언론의 질문을 받고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동문서답) 답변을 하는 걸 봤다"며 "민주당과 이 대표가 언젠가는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 특히 강경파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한 장관을 '탄핵' 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도 민주당 친명 강경파인 김용민 의원은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한 장관을 탄핵하지 못하고, 탄핵하자는 얘기도 제대로 못 꺼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형배 의원도 "우리는 지금 국민의힘과 정치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이 검찰 국가가 돼 있다"라며 "계속해서 눈치를 보고 중도층이 어쩌고 하면서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그게 (패배주의) 제일 심하게 나오는 말이 '역풍'"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당내 강경파의 이 같은 행보를 경계하고 있다. 자칫 탄핵 추진이 한 장관의 출마 명분을 더해줄 수 있고, 총선 정국에서 '탄핵 남발'이라는 정치권의 비판도 강화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가 한 장관에 대한 과도한 공세를 경계하는 데는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십자포화를 퍼붓다 오히려 반사이익을 줬던 사례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때릴수록 한동훈 장관의 체급과 존재감만 커진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한 장관과 설전에서 우위를 점했던 당내 의원이 누구도 없다는 점에서, 한 장관과 대놓고 맞붙게 됐을 때 '득이 될 게 없다'는 자조적 분위기도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한 장관에 대한 의도된 '무관심 기조'를 연일 피력하기도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한 장관을 가리켜 "본인은 되게 탄핵을 당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상한 장관"이라며 "툭하면 기자들 앞에서 '왜 나를 탄핵 안 시키느냐'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나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MBC라디오에서 "한동훈 장관의 언행을 보면 애정 결핍이 계신가, 끝없이 관심을 갈구하는 스타일인데 세상이 본인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착각 속에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동훈 탄핵에 대한 이야기들도 당내에서 많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 그 부분에 대한 정무적 판단을 안 할 수는 없다"면서 "검사 탄핵은 비위가 발견되는 대로 따박따박 처리한다는 입장이지만 내 생각에는 그런 분한테는 악플보다 무플이 훨씬 더 무섭지 않을까. 오히려 무관심이 답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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