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킬러문항 아니라고요?"…수능 수학 22번, 1타 강사도 20분 걸렸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3.11.17 10:23
수정 2023.11.17 10:24

미분 함수식 계산에 그래프 개형까지 추론하는 고난도 문항

교육부 "교육과정 위배는 아냐…사교육 문제풀이 기술 없이도 가능"

"지난 9월 모평에서 수학 만점자 많았던 것 고려해 난이도 조절"

입시업계 "교육과정 내에 있는 것은 맞지만 수험생들 입장에선 킬러문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지난 16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선 정부가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밝혔지만, 여전히 수험생들에게는 킬러문항과 비슷한 수준의 난이도를 느낄만한 문제가 출제됐다. 특히 수학 공통 22번 문항의 경우 현직 수학 강사도 문제 풀이에 20분 가까이 걸린 '사실상의 킬러문항'이라는 지적이다.


사실상의 킬러문항으로 지목된 수학 공통과목 22번은 미분계수의 부호를 고려해 조건을 만족시키는 그래프의 개형을 추론하는 문제다. 이를 바탕으로 함수식도 구하고 그래프 개형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EBS강사들과 입시 업체, 수험생들 모두 최상위권과 상위권을 가르는 문항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선 22번을 킬러문항으로 지목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수험생은 "문제는 짧고 쉽게 생겼는데, 아직도 어떻게 푸는지 모르겠다"며 "(22번을) 버리고 20번을 검토하는 게 나았을 뻔했다"고 적었다. 수험생 사이에선 "이게 킬러가 아니면 뭐가 킬러냐"는 하소연도 나왔다.


또 다른 수험생은 "분명 킬러만큼 어려운 건 아닌데, 교묘하게 어려워서 한 번 늪에 빠지면 안 풀리는 문항"이라고 평가했다. 한 입시업체 수학강사 역시 유튜브를 통해 문제 풀이를 생중계하는 과정에서 22번 문항 풀이에 20분 이상을 쏟아부었다.


교육부는 매우 어렵지만 교육과정을 위배하거나 사교육에서 가르치는 '문제풀이 기술'을 요구하는 문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정의한 킬러문항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학 22번은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 수학 만점자가 많았던 점, 의대 열풍 속 N수생 비율이 높다는 우려 등을 두루 고려한 문항"이라고 설명했다. EBS강사인 심주석 인천 하늘고 교사는 "단답형 정답률을 9월 모의평가보다 조금 더 강화해 최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했는데, 22번이 손을 못 댈 정도의 문항은 아니다"라고 했다.


입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학 22번은 연산이 복잡한 문항인데, 교육부는 지나치게 복잡한 계산으로 시간을 많이 쓰게 하거나 실수를 유발하는 문항도 '킬러문항'이라고 정의했다"며 "사회적 논란 때문에 (입시업체에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그냥 '킬러문항'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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