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에서 메뉴‧인테리어까지’ 가짜 프랜차이즈‧한식당도 몸살 [K푸드 수난역사③]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3.10.25 07:08
수정 2023.10.25 07:08

한식 인기에 유럽, 미국 등 엉터리 한식당 늘어

해외 현지 상표권‧저작권 등록 정보 지원 등 정부 나서야

파리바게뜨 미국 가맹 100호점 레드뱅크점ⓒSPC그룹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식당을 비롯해 국내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를 모방해 운영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초기에는 중국, 동남아를 중심으로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를 따라한 이른바 짝퉁 브랜드가 판을 치더니 최근에는 유럽, 미주 등을 중심으로 가짜 한식당이 우후죽순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글 간판과 갈비찜, 불고기, 비빔밥 등 대표 한식을 메뉴로 내놓고 있지만 실상은 중국인 등 다른 나라 사람이 잘못된 한글 표기와 엉터리 조리법 등으로 음식을 판매하면서 이제 막 불붙기 시작한 한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21년 SPC는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모방해 사업을 추진한 중국 베이징 바리베이텐 관리회사로부터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당시 중국 베이징 지식재산권법원은 현지 업체에 미등록 상표권 사용을 중단하고, 유사 상표권 침해로 인한 경쟁적 행동과 경제적 손실 보상으로 150만 위안(약 2억58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최종 판결까지 수년이 걸렸지만 그간 모방 사례가 빈번했던 중국 현지 업체로부터 승소했다는 점에서 국내 외식업계의 관심이 컸던 사건이다.


비슷한 시기 설빙도 특허권 분쟁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현지에 난립하고 있는 한국 프랜차이즈의 모방 브랜드는 여전히 많은 상태다.


중국 연변공항에 입점해 있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모방 브랜드.ⓒ유튜버 소풍족 영상 화면 캡처

시내뿐만 아니라 주요 공항 등에도 롯데리아(럭키리아), 엔제리너스(엔제리스) 등을 모방한 브랜드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간판과 글씨체, 인테리어는 물론 메뉴도 거의 동일하다. 로고만 보면 국내 정식 브랜드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다.


업계에서는 그나마 해외법원에 소송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 일부만 정식 소송을 진행 중인 만큼 그럴 여력이 없는 중소업체의 모방 브랜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뿐만 아니라 해외 한식당에서도 이른바 짝퉁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 미국 등 최근 K푸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식당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식당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엉터리 한글 간판은 물론 메뉴도 한식이 아닌 경우도 많고, 한식 메뉴라고 해도 한국과 다른 맛과 모양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식업계는 한식이 이제 막 세계화로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인 만큼 외국인들에게 한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식당 메뉴판. 한식당이라고 광고하지만 한식과 관계 없는 메뉴들이 안내돼 있는 모습.ⓒ유튜버 파리지앙 2세 영상 화면 캡처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모방 프랜차이즈의 경우 직접적으로 소송에 나설 수는 없지만 국내 외식 기업을 상대로 현지 상표권, 저작권 등록에 대한 최신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고 법률 지원 등에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관련 통계 등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정보도 꾸준히 제공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외식 가맹본부의 경우 중소기업 비중이 높다보니 해외 진출 시 현지 사정을 제대로 알기 어렵고 상표권 등록 같은 행정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주면 국내 외식기업들의 해외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 해외 진출에 대한 정부 지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규모가 큰 기업들만 해외 진출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수년째 한식 세계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자산 도둑질, 안 막나 못 막나…예방책은? [K푸드 수난역사④]>에서 이어집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