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아파트 줄줄이…주택경기 침체에 맥 못추는 경매시장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3.10.10 06:25
수정 2023.10.10 06:25

고금리·경기침체 부담, 영끌 물건 속속 유입

지역별·단지별 온도차↑…“옥석가리기 심화”

경매시장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데일리안DB

경매시장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매수심리가 한풀 꺾이면서 빌라 등 비아파트는 물론 아파트까지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수요자들도 응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주인을 찾지 못하는 물건들도 쌓이고 있다.


10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 동안 서울에서 경매를 진행한 건수는 아파트가 216건, 빌라가 908건 등이다. 아파트는 한 달 전(190건) 대비 13.7% 늘며 지난 2016년 6월(234건)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나타냈다.


매달 두 자릿수에 그쳤던 경매 진행 건수는 지난해 10월(107건) 100건을 넘어선 이후 지속 증가세다. 빌라는 같은 기간 1095건 대비 줄었지만, 여전히 경매 진행 건수가 많은 편이다.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이 증가하면서 경매 진행 건수도 덩달아 늘어난 셈이다. 몇 차례 금리가 동결되면서 시장에 미치는 충격 여파는 덜해졌지만, 연 3.5%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주택 보유자의 경우 원리금 상환 압박 부담이 커졌다.


또 최근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창구가 가로막힌 것도 한몫한다. 서울 도심 내 주요 단지의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가격 부담이 커진 데다 대출 규제로 매수심리가 한풀 꺾이며 매매시장에서 주인을 찾지 못하는 집들이 경매시장으로 속속 넘어오는 것이다.


경매 진행 건수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감소했다. 9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한 달 전보다 2.7%포인트 줄어든 31.5%다. 통상 경매로 넘어오는 주택 물건은 매매시장 대비 저렴하단 인식이 있지만, 물건이 늘었어도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입찰하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개발호재가 예정된 물건은 수요자들이 몰리며 전체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한 달 전 대비 0.2%포인트 소폭 줄어든 85.2%다. 같은 기준 빌라 역시 낙찰률은 14% 정도에 그치는 반면, 낙찰가율은 80.9%를 나타냈다.


업계에선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경매물건은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매수심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어서 지역별, 물건별 양극화 현상이 짙어질 거란 관측이다.


실제 재건축 이슈가 있거나 강남권에 위치한 경우 응찰자가 대거 몰리며 낙찰가율이 100%를 웃도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전용 71㎡의 경우, 지난달 5일 낙찰가율 106.6%에 새 주인을 찾았다. 당시 14억원에 낙찰됐는데 이는 감정가(13억2000만원) 대비 8000만원 높은 금액이다.


이보다 앞서 서초구 신반포 전용 76㎡은 낙찰가율 110.2%를 기록했는데 감정가 20억300만원 대비 2억원 이상 높은 22억760만원에 낙찰됐다.


이현정 즐거운경매 대표는 “일반 매매로 거래됐을 법한 물건들이 버티다 버티다 경매로 넘어오는 양상이고 전세사기에 연루된 물건들도 많아지면서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입지가 탄탄하거나 재건축 등 개발 이슈가 없더라도 실수요자 가운데 계속 입찰에 참여한 경우에는 적당한 가격선에서 물건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시장이 딱히 좋아질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경매를 통해 주택을 사려는 매수심리는 살아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매시장 분위기 자체가 위축됐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 입찰을 염두에 둔 수요자나,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실수요자들의 경우 물건이 늘면서 기회가 그만큼 많아지다 보니 자금 여력만 있다면 나쁠 건 없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값 상승기인 2021년에 ‘영끌’했던 물건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리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도 더 늘어날 것”이라며 “그 와중에 선호도가 좀 괜찮은 지역이나 단지로 응찰자들이 몰릴 전망이다. 다만 서울의 경우 특례보금자리론을 애초에 활용하기 힘들었고, 수도권이나 지방으로 넓혀본다면 금융 규제로 인한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