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계의 뇌관, 브릿지론
입력 2023.10.05 05:05
수정 2023.10.05 06:44
최근 글로벌경제 위기와 국내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건설경기가 냉각되면서 도산이나 폐업을 하는 건설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지난 26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규모를 25조원으로 10조원 증액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대출 보증 책임 비율은 90%에서 100%로 완화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이 정도의 대책으로 부동산PF시장이 정상화되어 주택공급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현재 부동산업계는 PF금융도 문제이지만 브릿지론의 문제가 더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브릿지론은 PF금융의 일부이지만 리스크의 측면에서 전혀 다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브릿지론은 부동산시행사가 부동산을 개발할 때 필요한 토지를 매입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금융수단이다. 부동산개발을 하는 시행사가 자기자본으로 토지를 매입하면 되지만 자금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토지 매매 계약서나 약정서를 근거로 대출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나중에 본 PF대출로 가기 위한 다리를 놓아주는 의미로 브릿지론이라고 한다. 이 대출은 6개월~1년 정도의 단기대출이고, 소유권에 의한 담보력이 없기 때문에 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는 취급하지 않고 주로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에서 취급하고 있다. 결국 금융 리스크가 크고, 제2금융권에서 취급하기 때문에 고금리 상품이다.
결국 부동산개발 시행사에서 브릿지론으로 토지대금을 지급하고, 각종 인·허가를 통하여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실행하게 되면 본격으로 개발이 진행된다. 그 후 건설사 선정 등 사업계획에 따라 건물이 완공이 되면 부동산 분양을 통하여 PF대출금을 변제하고 수익을 창출한다. 부동산 PF대출은 제1 금융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출규모나 현황을 파악하여 부실화 가능성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런데 본 PF 전에 발생하는 브릿지론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나 대책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신용평가원에서 발표한 제2금융권 중 증권사들의 브릿지론 상황을 분석한 결과 2023년 12월 PF 만기도래 금액 14조원 중 약 58.4%가 브릿지론이라고 발표하였다. 결국 본 PF대출관리 정책도 필요하지만 브릿지론에 대한 대책이 선행되어야만 부동산업계 나아가 국가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브릿지론이라는 뇌관이 터지면 먼저 부동산개발업자, 시행사, 건설사 등 부동산산업의 도산이나 침체를 가져오고, 고위험을 감수하고 대출을 해 준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부실은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산업, 금융, 소비자, 국가경제에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먼저 PF시장에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개입함으로서 금융시장 환경을 악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본 PF 때 주택도시보증공사나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를 강요함에 따라 대부분의 브릿지론은 기한연장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증서 요구 등 까다로운 조건은 고금리시대에 대출금리를 상승시키는 주범이다. 따라서 본 PF대출은 프로젝트를 담보로 한 진정한 의미의 PF대출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에서는 PF대출 현황을 좀 더 세분화하여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별, 지역별, 부동산종류별, 부동산업종별, 대출종류별(브릿지론과 본 PF), 부동산산업별 등으로 분류하여 대출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하여야만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효율적인 대책을 강구 할 수 있다.
브릿지론은 부동산개발 사업을 할 때 자기자본을 모두 투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과정인데, 브릿지론의 문제는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확한 통계자료에 의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물론 부동산업계도 이러한 다리(브릿지론)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 금융사들도 다리(브릿지론)의 붕괴 위험은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하여야 한다.
글/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