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직결 ‘탈중국’”…배터리소재사, 포트폴리오 확장 ‘사활’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3.09.20 06:00
수정 2023.09.20 19:08

‘양극재’만 파던 엘앤에프, 제품군 확장 시동

美·EU 정책 기조 따라 중국 의존도 낮추기 속도

‘탈중국’ 중심 포트폴리오 없이 경쟁력 확보 힘들어

양극재 원료 및 배터리. 왼쪽부터 리튬, 원통형 배터리, 니켈, 양극재, 코발트. ⓒ포스코퓨처엠

배터리 핵심 소재 장악력이 높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 배터리소재사들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시급해졌다. 미래 생존을 위해서라도 탈(脫)중국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양극재 기업 엘앤에프는 음극재, 분리막 등 다양한 배터리 소재 분야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주력 분야에 의존도가 높은 포트폴리오의 한계 극복을 넘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적극 나섰다.


최근 중국 견제를 골자로 만들어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EU 핵심원자재법(CRMA)으로 인해 탈중국화는 국내 배터리소재사들의 당면 과제가 됐다. 현재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4대 핵심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태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우물만 파던 엘앤에프는 최근 들어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본격화했다. 주력 사업인 양극재에 집중하면서도, IRA와 CRMA 대응을 위해 여러 분야의 사업을 함께 전개하겠단 전략을 세웠다.


음극재, 분리막 등 신규 사업에서 초기 단계부터 대규모 투자에 나서진 않고 있으나, 우선 탈중국화 수요 물량만 확보한 후 단계 별로 시장 상황에 맞춰 확대해 나겠단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18일에는 연세대학고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케모웨이브와 배터리 소재 전반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양극재 외 여러 분야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지만, 이에 전념하겠단 의미는 아니다”라며 “탈중국화된 물량을 확보하겠단 개념으로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발 빠르게 움직였던 포스코퓨처엠도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음극재 사업을 먼저 시작했던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양극재, 전구체 사업까지 영토를 넓혔다. 미국과 유럽의 중국 견제 기조에 맞춰 사업 투자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오는 2030년 양극재는 100만t의 생산능력을, 음극재는 37만t의 생산능력까지 키울 계획이다. 이외에도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LFP 양극재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배터리 소재사 LG화학 등은 ‘탈중국 제품’ 실리콘 음극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흑연 사용 비중을 낮춘 제품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영일만 산단에 연산 50t 규모 Si-C 시험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내년 3월 해당 공장이 완공되면 이를 기반으로 실리콘 음극재 양산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LG화학은 100% 실리콘으로 구성된 퓨어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처럼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배터리 소재사들에게 각국의 정책 대응을 넘어 생존 전략이 됐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정책 대응과 함께 중국이 끼지 않은 물량을 확보한 것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