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외국인 멤버인데 케이팝 아이돌…주무대도 한국? [D:가요 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09.06 14:15
수정 2023.09.06 14:17

그간 케이팝(K-POP) 아이돌 그룹을 한국인 멤버를 중심으로 외국인 멤버를 일부 포함시킨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전원 외국인 멤버로 구성된 케이팝 아이돌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룹 블랙스완 ⓒ디알뮤직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 걸그룹 스타비는 케이팝과 인니팝을 결합한, 힙합 장르의 신곡 뱅(BANG)을 발표하며 국내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연예기획사 프로 엠 소속으로, 2019년 데뷔했고, 대표곡 ‘타임 투 플라이’(Time to Fly)의 뮤직비디오가 화제가 되면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스타비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동반성장 디딤돌 사업에 선정되면서 한국 무대에 서게 된 경우다. 그런데 아예 주(主)무대를 한국으로 하고 활동하는 그룹도 잇따라 나왔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데뷔도, 활동도 한국에서 했고 심지어 노래도 한국말로 한다.


그룹 블랙스완이 대표적이다. 블랙스완은 한국인 멤버가 한 명도 없는 최초의 케이팝 걸그룹 밴드로 기록된다. 보이 밴드로는 2017년 전원 미국인인 EXp에디션이라는 밴드가 한국에서 데뷔한 바 있지만, 지금은 해체됐다. 블랙스완은 인도 출신의 스리야를 비롯해 세네갈과 벨기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파투, 브라질계 독일인 가비, 미국 출신 은비로 구성됐다.


블랙스완에 이어 일본 에이벡스 그룹과 케이팝 프로듀서인 재이콥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일본인 7인조 그룹 엑스지(XG)도 지난해 3월 한국에서 데뷔했다. 이들은 한국을 거점으로 국내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등의 활동은 물론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케이팝 축제 ‘케이콘 LA 2023’에 출연하는 등 케이팝 그룹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TFN, 라필루스 등이 소속된 MLD엔터테인먼트도 지난달 필리핀 출신 멤버 7명으로 이뤄진 보이 그룹 호라이즌을 선보였다. 이들은 한국과 필리핀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 ‘드림 메이커’를 통해 결성된 그룹이다.


케이팝 아이돌의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면서, 한국인이 없는 그룹을 케이팝 아이돌로 인정할 수 있는 지를 둔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엔 거점이 국내가 아닌 해외를 중심으로 하고, 전원 외국인 멤버로 구성된 그룹들도 케이팝 시스템을 적용해 육성했다는 명목으로 케이팝 그룹으로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영국 BBC와 미국 CNN도 케이팝 최초 전원 외국인 그룹 블랙스완을 조명하면서 “이들은 케이팝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네티즌 사이에선 “한국에서 데뷔하고 한국말로 노래하면 케이팝 그룹이다” “한국인이 없는 그룹을 케이팝 그룹이라고 하긴 어렵다” 등의 의견을 내며 맞서고 있다.


한 케이팝 관계자는 “케이팝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한국인 멤버’ ‘한국어 노래’ ‘한국 중심 활동’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다. 케이팝이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른 케이팝의 확장성에 방점을 뒀으면 한다. 다양한 형태의 케이팝 그룹이 양산되면서 케이팝이 아우를 수 있는 국가들도 더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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