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에 계파갈등 수면 아래로…'체포안 표결' 불씨는 여전
입력 2023.09.05 14:15
수정 2023.09.05 14:24
李, 윤석열 정부 '군사정권' 빗대며
"우리 모두 지치지 말자" SNS 호소
이재명 체포안 표결 관련해 친명계
'함구', 비명계는 "약속 지켜야"
이재명 대표의 '무기한 단식'으로 더불어민주당 내의 계파 간 파열음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당대표가 곡기까지 끊은 마당에 내홍을 벌이는 모습은 여론에 좋을 게 없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이 대표 '사법리스크' 관련, 국회로 넘길 체포동의안을 두고서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천막 단식 농성 6일차에 접어든 이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단식으로 느끼는 고통이 있다 해도 감히 군홧발에 짓밟혀가며 민주공화국을 만들고 지켜낸 선배들과 비교나 할 수 있겠나"라며 "그렇기에 오늘도 지치지 않겠다. 우리 모두 지치지 말자"고 적었다.
윤 정부를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빗대면서, 민주당의 결집과 지지자들의 동참을 장려한 셈이다.
실제 민주당은 이 대표의 단식을 계기로 외견상 결집하는 모습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위주라곤 하지만, 상임위 중 수백억대 코인 거래 논란으로 민주당의 도덕성을 송두리째 흔든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제명안 부결'과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입맛대로 검찰 출석 등 논란에 당 내홍이 불거진 뒤 모처럼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 국회로 넘어올 체포동의안에 대한 '부결론'도 확산하고 있다. 친명계는 정치권 일각에서 이 대표의 단식을 '체포안 부결을 염두에 둔 단식'이라고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는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의 단식을 '고귀한 희생'이라고 칭해 결과적으로는 동정론을 만들고 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단식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나 체포안 표결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체포동의안 부결이니 이런 얘기는 엉뚱한 데서 나오는 이야기"라며 "체포동의안을 가지고 방탄이니 이런 얘기도 국민에게 먹히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당내 계파 갈등의 불씨 격인 체포안 관련 언급 자체를 차단한 것이다.
최강욱 의원도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당내) 의원들의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이 대표를 외롭게 버려두지 말자'는 제안들이 있었고, '내가 지키겠다'는 의원도 있었다"며 "(단식에 대해) 이 대표를 불신하는 여론이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대표 단식에 대해서는 발언을 삼가면서도 체포안 표결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향후 체포안 정국에서 당내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오전 BBS라디오 '아침저널'에 나와 "당대표가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는 상황에서 체포안이 넘어오면 가결시켜야 된다고 대놓고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야박한 것"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지난 6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명백히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어쨌든 체포안이 들어오면 가결시켜달라고 먼저 말씀을 하셔야 한다'는 생각들은 널리 퍼져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원 반대로 김남국 의원 제명안이 부결된데 대해서도 원점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윤리특위 전체회의를 열어서 소위 의결 결과를 보고해야 된다"며 "소위에서 심의해 결론을 냈다고 보고하면 전체회의에선 이에 대해 윤리특위 위원들이 이야기해 재론하자고 해서 원점 재검토를 할 수 있다. 어쨌든 제명을 의결하고 본회의에 회부를 해야 우리 당이 산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 대표와 친명계를 필두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고, 윤 정부를 공범으로 규정한 뒤 '촛불문화제'를 통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일부 의원들도 동조하면서 국회만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명계로 꼽히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단식의 명분으로 내세운 그런 이유들은 충분히 합당하고, 뜻은 알겠다"면서도 "(단식이) 유효 적절한지 국민들의 집중도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의문을 갖는 견해들이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