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출마설'에 엇갈리는 與 여론…총선 득실은 [정국 기상대]
입력 2023.09.04 06:00
수정 2023.09.04 16:40
'전국적 인지도' 가진 '한동훈 장관 출마론'↑
당안팎선 "무조건 가용" vs "지켜봐야" 팽팽
한 장관 본인은 "지금 역할 충실" 선언했지만
"지지율 정체, 위기시 간판 역할" 당 의견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내년 총선 역할론에 여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한 장관이 총선에 직접 출마를 통해 당의 간판이 돼야 한다는 주장과 총선에서의 역할이 아닌 윤석열 정부의 조력자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총선 이후 법무 혁신과 검수완박법을 복원하는 역할을 완수하고 그 이후 대권 등 정치적인 도전을 모색하는 게 훨씬 더 좋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여당을 향한 위기론이 지속될 경우 출마를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맞서고 있는 만큼 향후 지지율 여부가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장관의 출마 가능성에 가장 먼저 운을 뗀 건 김성태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YTN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의 정무직 인적 자원은 집권당 총선 전략에서 언제든 가용 자원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 같은 김 전 원내대표의 주장은 여권이 '22대 총선 승리'를 위해선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하는 만큼 정책적 역량이 충분한 한 장관을 꼭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안정적 의석이 없다면 정부는 팥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라며 "의석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역량 갖춘 사람을 왜 배제해야 하냐"고 재차 한 장관의 출마를 종용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한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을 반반으로 봤다.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나와 한 장관의 출마에 대해 "반반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라며 "(국회의원 당선이 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전체적인 본인의 계획이 있을 거 아니냐. 국회의원을 바로 하는 게 좋을지 어떨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내놨다.
반면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출연한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한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은 유보적인 것 같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궁극적으로는 본인이 판단할 일이다. 아마 본인도 얘기를 계속해서 들으면서 여러 분들하고 상의해서 결정하리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김웅 의원도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동훈 차출론에 대해 "매력이 많은 사람이고 정치인으로서 이미 상당히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한 장관은 대통령하고 캐릭터가 많이 겹쳐 결국 대통령이 소구할 수 있는 지지층과 중첩된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그 밖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고 한 장관 역할론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진행자가 "국민의힘에선 수도권에서 '한동훈이 먹힐 것이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자, 김 의원은 "만약 그것이 맞는다면 '수도권 위기론'이 있을 리가 없다"고 지적하며 선을 그었다.
한 장관 본인도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3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총선 역할론과 관련한 질문에 "내 답은 늘 똑같다"고 답하며 '지금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는 취지로만 언급했다.
그럼에도 한 장관의 역할론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그가 지닌 대중성이 총선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특히 특정 정당·계파색이 옅은 수도권 지역에서 한 장관의 이미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한 장관은 국회에 출석할 때마다 야당 의원들과 논쟁을 벌여 웬만한 정치인보다 빈번하게 대중에게 노출되고 있다. 먼저 질의에 나선 야당 의원의 지적을 도리어 반박해 제압하는 식의 모습을 보인 한 장관의 똑 부러지는 이미지가 높은 인지도로 이어져 수도권에서 소구력을 발휘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한 장관이 내놓는 즉각적인 메시지 역시 정책 측면에서 그를 부각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로 분류된다. 한 장관은 외국인 고용으로 국내 인력 부족을 해소하는 이민 관련법이나, 국내 치안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써 사형제도 등을 언급해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의 정책을 적재적소에 내놓을 수 있는 이미지를 심어준 바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할 말은 하고 일도 제대로 하는 이미지가 한 장관의 최대 장점이 아닌가 싶다"며 "이런 이미지로 전국에서 한 장관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점은 큰 자산이 될 것이고, 위기론 얘기가 나오는 수도권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에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 장관의 출마 여부를 좀 더 잘 살펴서 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치에선 이미지가 참 중요한데 한 장관은 너무 잦은 언론 노출을 통해 이미지가 너무 많이 소비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전국적인 지지도는 명확하게 갖고 있는 만큼 총선이 다가오는데도 지지율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거나 당이 위기에 빠질 경우 당의 간판으로 나오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