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포화인데”…글로벌 커피 잇단 상륙, 한국 시장서 성공할까
입력 2023.08.21 06:05
수정 2023.08.21 06:05
팀홀튼·피츠커피 등 하반기 북미브랜드 진출
커피업계,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
성공 여부는 ‘글쎄’…저가 커피 선호도 갈수록 높아져
올 하반기 북미 지역 유명 커피전문점들이 잇따라 한국에 상륙한다. 가뜩이나 물가상승과 시장 포화로 국내 커피전문점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까지 가세하면서 ‘카페 전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15개국에 5600여개 매장을 보유한 캐나다 커피 프랜차이즈 ‘팀 홀튼(Tim Hortons)’이 이르면 올해 3분기 서울에 직영 1호점을 출점한다. 국내에는 버거킹 운영사인 비케이알(BKR)코리아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어 진출 작업을 맡고 있다.
지난 196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피츠커피(Peet’s Coffee)’도 한국 출격을 앞두고 있다. 현재 구체적인 국내 출점 장소와 시기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지난 5월 국내에 피츠커피 관련 6개 상표를 출원해 사실상 시장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처럼 한국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는 이유는 커피 문화가 잘 정착돼 있어서다. 과거에는 커피의 맛보다는 식후 습관적으로 마시거나 대화를 위해 부수적으로 마시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커피의 원두나 추출방식을 확인하며 커피를 음용하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2018년 기준)으로 세계 평균(132잔)의 3배에 달한다. 과거엔 도심 상가에 한집 걸러 한집이 술집이었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커피숍이 차지할 정도다.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커피숍은 9만1845곳이다.
한국 시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외식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변화 역시 빨라 아시아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시험대)로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해외여행 증가와 SNS의 발달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접한 외식 브랜드에 대한 인기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잘 형성돼 있는 데다, 커피 만큼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음료도 많지 않기 때문에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시장”이라며 “로스팅, 원두 등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피업계에서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진출을 기대하는 눈치다. 아무래도 다양한 커피전문점이 생김으로써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는 데다, 브랜드별 특징에 따라 다양한 소비자층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분석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 해외 커피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고객들의 커피 경험이 향상될 수 있고, 기존 진출한 커피전문점들도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공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처음에는 화제성으로 인해 고객이 찾을 수 있겠지만, 안착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서비스와 제품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국내 진출로 시장의 판이 커지기보다는 한정된 파이 나눠먹기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커피전문점 점포 수 증가에 따른 총매출액은 늘어났지만 개인 사업자가 버는 월평균 수익은 감소하는 중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커피업계에서는 소규모 자영업자까지 포함한 전체 커피 시장 규모가 12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국내 맥주 시장 규모가 약 5조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지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아무리 유명 글로벌 외식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 분석을 통해 야심차게 국내 진출 소식을 알렸다가 몇 년 만에 소리 소문 없이 사업을 접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가장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즐겨 먹어 ‘오바마 버거’라고 불리는 ‘굿 스터프 이터리’가 한국 진출 5개월 만에 철수한 바 있다. 신세계푸드가 2011년 들여온 미국 버거 프랜차이즈 ‘자니로켓(Johnny Rockets)’ 역시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백기를 들었다.
현재 국내 커피 시장에서 가성비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도 성공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커피 프랜차이즈 창업 수익률도 가성비 브랜드가 1위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커피 전문점들은 고물가 시대 밥 먹고 커피 한 잔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을 겨냥해 더 크고 싼 커피로 모객에 나서는 중이다. 용량을 키운 제품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조하는가 하면 할인 프로모션을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 코리아의 특대용량인 ‘트렌타(30온스·약 887㎖)’ 음료는 지난달 20일 출시된 이후 약 3주 만에 누적 60만잔의 판매고를 올렸다. 스타벅스는 뜨거운 반응에 맞춰 15일부터 기존 3종이었던 트렌타 사이즈 메뉴에 아이스 커피를 추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경우 이미 저가 커피 브랜드가 잘 포지셔닝 돼 있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들은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비싼 가격에 커피를 판매할 것으로 보이는데,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지속적으로 먹힐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글로벌 브랜드에 저항하기 위해 다양한 커피 브랜드들이 가격에만 초첨을 맞춰 경쟁할 경우 품질이나 서비스 저하가 우려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