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3노조 "당사자의 말은 무시하고, 제삼자의 말만 듣는 MBC뉴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3.08.18 11:34
수정 2023.08.18 13:13

MBC노동조합(제3노조) 18일 성명 발표

상암동 MBC 사옥.ⓒ연합뉴스

임영서 뉴스룸 국장을 비롯해 MBC의 일부 정치적 기자들이 자꾸만 정치적 사건을 놓고 직접 플레이어가 돼 링에 오르고 있어서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최근 MBC가 계속 문제 제기하고 있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아들의 학폭 문제와 관련해서다.


뉴스데스크는 지난 16일 전 하나고 교사의 인터뷰를 통해 "2012년 당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화해는 없었다"라고 보도했다. 당시 피해학생들의 상담을 맡았다는 이 교사의 발언에 무게를 둔 것인데, 이동관 후보자 측은 즉각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피해학생의 입장을 함께 보도하는 게 균형있는 자세"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뉴스데스크는 어제 보도에서 속보를 전하면서 "MBC는 이미 6월12일에 피해학생 주장을 전했다"라고 비아냥거리듯 해명했다. 전에 보도했으니 할 일을 했다? 우선 MBC가 이 사안을 어떻게 다뤘는지 한번 따져보자. 지난 6월11일에 피해학생의 입장문이 나오자 거의 모든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했다. "이미 화해한 상태였다"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유독 MBC만 그 '불편한'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음날 우리노조를 비롯해 곳곳에서 MBC의 불공정성을 지적하자 하루 늦게 피해자의 입장문을 1줄 면피하듯 소개했을 뿐이다. 그래놓고 "6월12일에 우리는 보도했습니다"라고? 시청자를 우롱하는 짓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전경.ⓒ데일리안

더 웃긴 건 6월12일 당시에도 MBC는 이 피해자의 입장문은 고작 한 줄만 전하면서 피해자의 진술을 못 믿겠다는 듯 교사의 반론을 훨씬 더 비중있게 다뤘다. 그러면 8월 16일 보도에서 하나고 교사의 증언을 보도할 때 피해학생의 증언도 같이 소개하는 게 언론의 기본 자세 아니겠는가? 정말 비참한 것은 왜 MBC는 피해당사자의 증언은 무시하고 제삼자인 교사의 말만 들으려 하는가 말이다. 뭐 하자는 건가? 자신들의 정치적 의도와 목적에 맞는 팩트만 취사선택하는 아주 저급하고 추잡한 사이비언론의 행태다.


또 한 가지 MBC보도의 바닥을 보인 팩트가 있다. 뉴스데스크는 그제, 16일 뉴스에선 "이 교사가 밝힌 일관된 입장이 있습니다. 자신을 찾아온 피해 학생 누구도 그 당시 화해했던 제자는 없었다는 점입니다"라면서 화해가 없었음을 거듭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17일 뉴스에선 "하나고 교사는 화해가 있었던 건 맞겠지만 학폭은 지속됐다고 말합니다....교사는 이동관 후보의 말처럼 학생들 사이에 화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학폭이 사라지는 것 아니라고 말했습니다"라고 말이 바뀌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화해가 있었다는 건가 없었다는 건가? 또 이 후보측에서 학폭이 없었다고 부인하기라도 했나? 지금 그 전 하나고 교사라는 분이 누군지는 따지지 않겠다.


결국 지금 상태에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사안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MBC는 한쪽 말만 듣는가 말이다. MBC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준칙에도 "고발이나 비판적 보도의 경우 그 대상의 반론을 특별히 존중해야 한다"라고 돼 있다. 언론인이라는 사람들이 게다가 균형감각이 생명인 공영방송의 기자라는 사람들이 ‘견고한’ 선입견을 자랑하며 정치적 싸움의 당사자 역할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 장난질의 칼날은 결국 애꿎은 MBC 구성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점을 심히 우려한다.


2023.8.18.

MBC노동조합 (제3노조)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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