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北에 주는 선물"…탈북민 강제북송, 어떻게 막을까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3.08.17 05:00 수정 2023.08.17 07:29

북중, 민간 인적교류 재개

'규모' 정해두고 무차별적으로

탈북민 강제북송할 가능성

(오른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노동신문/뉴시스

중국 내 억류 탈북민이 2600여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북한의 국경개방 시기와 맞물린 대규모 강제북송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북한이 3년 넘게 국경을 걸어 잠가 중국 내 탈북민이 '누적'된 상황에서 관리 책임을 멀리하고 싶은 중국과 내부통제 강화를 원하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양측이 육로를 통한 민간 인적교류 재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만큼, 대규모 강제북송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주관한 '재중 억류 탈북민 강제송환 반대 기자회견 및 세미나'에서 "최근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북중 국경이 완전히 봉쇄되면서 중국에 있던 2600여명의 탈북민이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며 "국경 개방과 함께 강제북송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탈북 원인이나 정체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송되면 임신한 탈북 여성은 강제로 임신 중절을 당한다. 중국에서 교회를 다녔거나 성경을 소지했을 시에는 간첩죄 적용을 받는다. 또 다른 경우 강제 송환 시 강제 노역, 고문, 성폭력, 처형 등 중대한 인권 침해를 당할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재중 억류 탈북민 강제 송환 반대 기자회견 및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中, '비송환 약속' 토대로
탈북민 '임시거주등록' 유인
최근 '등록인원'까지 구금해
강제북송 우려 커지는 상황


실제로 이날 오전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철교(중국명 중조우의교)에서 버스 2대가 오가는 움직임이 포착돼, 향후 북중 인적교류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주재 북한대사관에 체류 중인 유학생들은 물론, 중국에서 범법 행위를 하다 적발된 북한 인력 등도 송환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송환 과정에서 탈북민에 대한 무차별적 강제북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녀와 14년째 생이별 중이라는 김정아 통일맘연합회 대표는 북한 최고지도자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을 앞뒀던 지난 2009년 "중국 공안이 일차적으로 '외교적 선물'처럼 강제북송을 진행했다"며 "(강제북송) 인원이 정해지면 범죄자만 넘어가는 게 아니라 (목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집에서 평범한 가정생활을 해온 탈북민(탈북여성)이 강제로 끌려가는 현황을 그동안 많이 확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 대표단이 지난 7월말 북한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기념차 방북한 데 따라, 다음 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북한 대표단이 답방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이와 맞물린 강제북송 우려를 언급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지난 7월까지 계속 내부(중국 내 탈북민)와 소통하고 있다"며 "중국 '한족(漢族)'과 결혼해 자녀를 출산한 탈북 여성 가운데 (중국 정부에 신분을) 임시 등록한 이들은 현재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등록을 안 하고 도망 다니는 친구들 대부분은 지금 (중국) 변방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북중 접경 지역인 길림성(중국명 지린성)에선 신분을 임시 등록했음에도 변방으로 이송돼 구금되는 사례가 확인됐다며 "중국 내 탈북여성의 공포감이 극대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 당국이 비송환을 약속하며 임시거주등록을 유인한 뒤, '등록 인원'까지 구금하는 사례가 확인돼 강제북송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지린성 투먼시 두만강나루터에서 중국인이 북한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인권 강조 윤정부 역할론 대두
김영호 "中 협조 요청"
이신화, 유엔 '압박' 필요성 제기


북중 당국의 '짬짜미'에 따라 대규모 탈북민 강제북송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인권을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중국 내 탈북민들이 국제 기준에 따른 인권을 보장받고 한국 등 본인이 희망하는 국가로 입국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재중 탈북민 구금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신화 대사는 국제사회 호응을 이끌어내는 차원에서 유엔난민기구(UNHCR)에 대한 관여 수준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UNHCR이 수천만 명의 전 세계 난민에 대처하기 위해선 재정과 인력 확대 필요성이 절실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UNHCR이 유엔의 다른 기구들과 (힘을) 합쳐 정면돌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과거 유엔난민고등판무관으로 근무할 당시 "'탈북민을 보호하고 강제송환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록을 유엔총회보고서에 남겼다"며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어떤 외교적 방법을 취할 수 있는지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왼쪽에서 네번째)과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왼쪽에서 세번째),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왼쪽에서 두번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중 억류 탈북민 강제 송환 반대 기자회견 및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탈북민 강제북송, 중국 당국이
자국민에 가하는 인권 유린"
中남성과 '강제결혼'한 北여성
출산 후 강제북송시 자녀와 생이별


일각에선 탈북민 강제북송 이슈를 '중국 당국의 자국민 인권 침해 문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재형 의원은 "중국의 강제송환 조치는 탈북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자국민 인권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탈북민의 75%는 여성이고, 이들 중 상당수는 탈북 과정에서 인신매매를 통해 중국인과의 강제결혼 및 출산을 경험하고 있다. 중국인과의 가정생활 중 (탈북여성이) 강제송환을 당하는 경우 가정이 붕괴된다. 특히 엄마와 아이가 생이별하는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김정아 대표는 강제북송 조치가 "중국 당국이 자국민에 가하는 인권 유린"이라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해당 주장에 대해 "중국 관계자들이 난처해하는 것을 많이 확인했다"며 "중국에서 중국 남편과 자녀를 출산한 탈북여성만이라도 강제북송 대상자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제북송된 대다수 탈북여성이 자녀에 대한 모성애가 강해 필사적인 재탈북을 시도하는 만큼 "관련 강제북송 대상자 감축은 우회적인 북한 인권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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