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삼계탕 한 그릇에 1만5000원은 기본…믿기 어려운 2%대 물가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3.08.10 16:23
수정 2023.08.10 16:29

태풍에도 ‘북적북적’…몰려드는 손님에 ‘다행’

말복 삼계탕값 ‘부담’…지난해보다 7% 올라

할당관세 적용 수입 닭고기 99% 통관 완료

닭고기값 오름세 불투명…“유통단계 개선해야”

10일 세종시 장군면에 위치한 한 삼계탕집. ⓒ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태풍이 찾아온 10일 낮 삼복 더위 마지막 날인 ‘말복’을 맞아 삼계탕 식당들은 대목을 맞았다.


세종 장군면 유명 삼계탕집은 점심시간 1시간 전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긴 장마와 기록적인 폭염으로 입맛을 잃은 탓인지 보양 음식으로 복달임하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빨리 왔다고 생각했지만 꽉 찬 자리 탓에 늦게 온 손님들은 우산을 쓴 채 차례를 기다리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 곳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은 1만5000원. 전복이 들어간 삼계탕은 2만원이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누룽지 삼계탕은 지난해 1만3000원에서 1000원을 올린 뒤 올해 1만5000원으로 올랐다.


이날 식당을 찾은 A씨는 “물가가 전체적으로 올라서 삼계탕도 함께 오른 것 같다”며 “이 정도 가격이면 부담이 덜하지만 여기서 더 오르면 집에서 만들어 먹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식당 관계자는 “닭고기 가격뿐만 아니라 다른 부가 재료, 인건비 등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을 하게 됐다”며 “그래도 말복을 맞아 점심은 물론 저녁에도 손님이 많은 편이라 다행”이라고 토로했다.

작년 말복보다 7% 비싸다…5년 전보다 20% 넘게 올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생닭을 보고 있다. ⓒ뉴시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당 닭고기 소매가는 6118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 5721원보다 6.9% 올랐다.


지난해 말복(8월 15일) 5610원과 비교해도 7% 비싸다.


닭고기는 보통 여름철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유독 상승세가 가파르다.


유통업계에서는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사룟값이 오르고 생산비 증가 등에 따라 생산자 사육규모가 전반적으로 감소해 공급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삼계탕 가격을 5년 전과 비교하면 2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삼계탕 외식 물가는 117.65(2020=100)로 2018년 7월(97.25)보다 21% 상승했다.


지난 5년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기준 12.8%로 분석됐다. 삼계탕 물가가 전반적으로 타 품목 대비 높은 상승률을 보인 셈이다.


지난달 삼계탕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7.0%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로 봤을 땐 7월 기준 2018년 2.6%, 2019년 2.5%, 2020년 0.4%, 2021년 1.7%, 2022년 8.1% 등으로 상승 폭이 높은 편이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로 안정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지만, 삼계탕 가격은 국민이 느끼는 것과 달리 여전히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을 보면 지난 6월 삼계탕 한 그릇 전국 평균 가격은 1만568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약 9.2%(1323원) 상승했다.


삼계탕 물가가 가장 비싼 곳은 서울로 1만6423원을 기록했다. 이어 광주(1만6400원), 경기(1만6310원), 전북(1만6300원), 경남(1만6077원) 등도 1만6000원 선을 뛰어 넘었다.

날아오른 닭고기값…오름세 이어지나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생닭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닭고기 가격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28일까지 집계한 올여름 집중호우로 폐사된 닭은 89만702마리로 전체 피해 가축(97만3729마리) 91.5%에 달한다.


축산 업계에서는 지난 집중 호우로 전국적으로 폐사한 닭이 많은 탓에 향후 닭고기값이 폭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북상 중인 제6호 태풍 ‘카눈’으로 추가 피해가 예상돼 가격 상승세를 견인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물가안정을 위해 할당관세가 적용된 수입 닭고기 2만9800t 물량을 이달까지 전량 도입한다고 밝혔다. 전체 물량 중 브라질이 85%로 수입량이 가장 많고, 태국 10%, 유럽연합(EU) 순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수입 닭고기 전체 물량 중 99.4%인 2만9632t이 통관을 마쳤다. 통관이 끝난 물량은 이달 말까지 시중에 공급될 예정이며 필요시 추가 증량할 계획이다.


반면, 할당관세가 적용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국내 육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외국산 닭고기는 전부 냉동으로 들여와 가공식품 제조나 외식업계 등에서 사용돼 닭고기 가격 시세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며 “실제 물가안정 효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비자물가 지수는 하락 중이나 식품 및 외식물가 상승세가 누적되면서 장기적인 물가 기저 흐름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 번 오른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듯 정부 물가안정 기조가 빨리 안착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는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게 유통단계에서 창조적 가격 파괴가 일어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물가당국이 인위적인 가격조정을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압력을 가해 단계적으로 가격이 내려갈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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