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수직계열화”…HD현대, ‘선박 심장’으로 1위 굳힌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3.08.01 12:11
수정 2023.08.01 14:55

HD현대, STX중공업 임수로 글로벌 시장서 입지 굳혀

'中 공급망 탄탄' STX중공업으로 中 시장 적극 공략

조선사업과 시너지 창출…생산 물량 확대로 수주 증대 기대

HD현대중공업이 MADEX 2023에서 최초 공개한 차세대 함정들의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선박용 엔진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내뿜는 HD현대가 STX중공업 인수로 입지를 한층 더 강화했다. HSD중공업을 인수한 한화오션으로 양분화 체제로 굳혀진 글로벌 선박용 엔진 시장에서 경쟁 우위도 공고히 했단 평가가 나온다.


HD현대는 STX중공업 인수로 중소형 선박용 대형엔진까지 제품군을 확장한 한편,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내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파인트리파트너스와 31일 STX중공업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며, STX중공업 지분 35%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올랐다.


이미 선박용 엔진 시장에 진출해있는 HD한국조선해양 자회사 HD현대중공업은 이를 통해 세계 1위 입지를 한번 더 굳히게 됐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는 1989년부터 34년 째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35% 이상을 차지했다. 새로 발주되는 선박 10척 중 약 4척에 현대중공업이 만든 엔진이 탑재되는 셈이다.


‘선박의 심장’으로도 불리는 선박용 엔진은 선박 원가 10~15% 정도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요즘 같은 수주 호황기에 많은 물량의 납기를 제때 맞춰야 하는 조선소 입장에서는 엔진 사업 하나만 영위해도 시장에서 탄탄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가격 측면에서의 시장 경쟁력 향상과 함께 선박 유지보수 역량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메리트에 한화오션은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 마무리 후 곧바로 전세계 점유율 2위 HSD엔진 인수에 나섰다. 자체 생산·기술력으로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토탈 선박 제조 솔루션’을 제공하겠단 목표에서다. 이로 인해 전세계 선박 엔진시장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나눠 먹게 됐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이 점유율 3위를 차지하던 STX중공업을 품에 안으며, 독보적인 우위를 지키게 됐다. 이를 통해 HD현대는 대형 선박용 엔진부터 중소형 선박용 대형엔진에 강점을 보이는 STX중공업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성공했다.


이번 인수로 중국 시장에서의 수주 확대도 전망된다. STX중공업의 중국 영업망은 탄탄한 편으로,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만 1000억원을 수주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우리도 중국 조선소에 엔진을 납품 중인데 STX중공업을 통해 우리의 중국 공급망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사업과의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엔진 물량에 따라 선박 건조수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쏟아지는 선박 물량으로 현재 엔진 공장들은 풀 가동 상태라고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발주 물량이 급증하면서 엔진 수요도 크게 늘었다”며 “엔진 생산능력(CAPA)이 확대될수록 건조할 수 있는 선박 물량도 늘기 때문에 이는 수주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실제 몇년 전부터 엔진 가동률이 100%인 것으로 안다”며 “수주 호황기에 접어듦에 따라 엔진 수요량도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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