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저렴한 원룸 찾아 갔던 청춘 목숨 앗아간 흉악범도…20년 뒤엔 석방?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3.07.28 07:02
수정 2023.07.28 07:02
'신림동 칼부림' 조선, 사형 마땅하지만 쉽지 않을 듯…한국, 1997년 이후 사형 집행 없고 선고도 줄어
무기징역, 형기 20년 채우면 가석방 신청 가능…'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도입 필요성 대두
유가족, 평생 슬픔 속에 살아야 하는데 가석방?…합당한 처벌 받도록 제도적 개선 이뤄져야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지만...최근 몇 년간 사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쉽지 않을 것이다"
서울 신림동 번화가에서 행인을 상대로 '묻지마 흉기 난동'을 벌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의 '사형 가능성'을 두고 기자가 물어본 말에 법조계 전문가는 이같은 답변을 내놨다. 죄 없는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목숨을 빼앗았지만, 정작 '살인마'에게 사형이 선고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너무도 단호한 전문가의 답변에 기자는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숨진 피해자는 대학생이었다고 한다. 저렴한 원룸을 알아보려 신림동을 찾았던 청춘은 끔찍한 변을 당했다. 피해자 유가족은 "악마 같은 피의자는 이런 착하고 불쌍한 동생을 13차례 칼을 휘둘러 무참히 죽였다"며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형'이라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형제도가 있지만 1997년 12월 '여의도광장 차량 질주 사건'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법원의 사형 선고 자체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연평균 1심 사형 선고는 2000년대 7.3명에서 2010년대 1.9명으로 문턱이 높아졌다. 간혹 하급심에서 사형이 선고하더라도 결국 무기징역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달 23일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은 권재찬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뿐만 아니라 전주환, 오원춘, 김홍일, 김길태 등 세상을 뒤흔든 살인마 그 누구도 사형을 선고받지 않았다. 무기징역은 형기 20년을 채우면 가석방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흉악범들이 사회로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등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유가족들은 평생을 슬픔 속에 살아야 하는 것과 달리 너무도 억울한 처사가 아닌가. 사람을 살해하는 것만큼 악한 범죄는 없다. 외교적 문제 등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게 어렵다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도입해 이들을 다스려야 한다. 이들이 가석방으로 풀려나 세상 밖으로 나온다면 유가족은 더 큰 슬픔 속에 살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시민들은 살인마의 출소에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의 경우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제도의 취지에 공감했다고 한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들이 합당한 벌을 받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