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낙 회동' 순연된 진짜 이유는 지지층 싸움?
입력 2023.07.12 15:05
수정 2023.07.12 15:06
이재명 강성 지지자, 이낙연 겨냥해 "낙지 탕탕이"
도 넘은 폄하 행각에 당내선 "혐오 표현 징계해야"
친명계에선 "높은 수위에서 티키타카하는 것"

더불어민주당의 두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간 회동이 우천을 이유로 순연된 가운데, 당 안팎에서 나오는 다양한 정치적 해석과 맞물려 지지자들 간 갈등도 폭발하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표를 겨냥한 대표 강성 지지자인 '개딸(개혁의 딸)'들의 원색적인 비난이 도를 넘는 모양새다.
12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전날 저녁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할 예정이었으나, 회동을 불과 2시간여 앞두고 이를 취소했다. 서울 일각에서 첫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는 등 수도권 일대에 폭우가 내린 탓이다.
당초 두 사람의 회동은 비명(비이재명)계의 '이재명 체재'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돼 관심을 모았다. 당 일각에서 '분당(分黨)론'까지 분출된 만큼 두 사람의 회동이 계파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두 사람의 회동이 오랜기간 조율돼 어렵사리 이뤄진 만큼, 순연의 배경에 단순히 '우천'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그 중 '개딸'들의 이 전 대표 폄하 행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 '개딸'들은 지난 10일 오픈한 당원 온라인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서 이 전 대표를 겨냥, '낙지 탕탕이' '수박'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대선 패배의 1등 공신을 왜 만나냐" "만나면 당원 탈퇴하겠다" "낙지는 역시 탕탕 쳐서 먹어야 제 맛" 등의 글을 올렸다.
'개딸'들은 회동 순연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도 "썩은 낙지 싫다" "똥파리들 쫓아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또 "그렇게 기분 나쁘면 대선 경선 이겼어야지. 누가 지라 그랬나" "이낙연이 인기가 없는 건데 왜 애먼 우리 대표님 지지자들한테 시비냐" 등의 글도 올라왔다.
이에 대해 비명(비이재명)계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우리 당의 일그러진 팬덤은 넘어가야 될, 극복할 과제"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앙금이 있어도 저런 표현은 상대에 대한 비하나 폄하·혐오, 이걸 불러일으킬 의도를 갖고 있는 거 아니겠나. 민주당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고 그걸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정당인데 당원들이라면 저런 표현을 쓰면 안 된다"며 "극한적인 혐오 표현, 차별적 언동을 하는 분들에 대해선 징계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이와 같은 행각이 당초 두 사람의 회동을 '비공개'로 추진한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이러한 해석에 대해 "특별하게 그런 정도는 아니다. 그건 오버"라고 일축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대를 비난하는 형태가 이 대표에게도 이 전 대표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정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에 있어서는 부분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을 아주 세게 지지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지 않냐.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현재 정치 현장에 있기 때문에 그보다 높은 수위에서 '티키타카'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와 이 전 대표 지지층 간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양측은 다음 주 초로 회동을 재추진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전날 (이 전 대표 측근) 윤영찬 의원과 만나 다음 주 초에 하는 것으로 대략 일정을 잡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동 의제에 대해서는 "자연스레 만나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방향에 대해 공감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무게감 있는 대화가 될 것"이라며 "특별한 이슈와 주제를 갖고 정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