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넷플릭스&박찬욱 감독' OTT 시대, '좋은 영화'의 의미와 역할
입력 2023.06.21 14:44
수정 2023.06.21 14:46
"크게 봤을 때 영화의 미래는 결국 다양성의 증가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다."
박찬욱 감독과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가 스트리밍 시대 속 변하지 않은 영화의 의미를 짚었다.
21일 넷플릭스가 CEO 테드 서랜도스와 박찬욱 감독과 함께하는 '넷플릭스&박찬욱 with 미래의 영화인'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미래의 영화인을 꿈꾸는 영화 및 영상, 콘텐츠 관련 학과 재학생들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튜브 영상 캡처
박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란'을 비롯해 HBO 시리즈 '동조자'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박 감독은 먼저 '전란'에 대해 "오랫동안 써 온 각본이다. 본격적으로 써서 완성한 것은 2019년이다. 이건 시리즈가 아니라 영화다. 사극이고, 무협 액션이라 어느 정도의 규모가 따라줘야 했다"고 설명하면서 "넷플릭스와 이런 문제에 있어서 협의가 잘 됐다. 물론 영화제작비는 아무리 많아도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계는 있다. '이런 내용이다', '성격이다', 이런 것에 의해 상업적 가능성을 판단한다.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런 문제에 있어서 넷플릭스가 가장 좋은 지원을 약속해 줬기에 즐겁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는 물론 그 밖의 스트리밍이 등장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짐을 느낀다"고 달라진 창작 환경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 짚었다.
두 사람은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던 과거를 떠올리며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장점을 짚었다. 박 감독은 "요즘에는 좋은 스티리밍 회사가 많다. 거기 들어가면 옛날 영화부터 최신 영화까지 좋은 영화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비디오 대여점 하던 시절을 생각하다 보면 좋은 시절인 것 같다"면서 "나도 즐기고 있다. 세상이 나빠지기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테드 서랜도스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일하며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인지 그때 배운 것 같다. 하루종일 아무도 오지 않아 하루종일 내가 비디오를 봤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이 오픈마인드가 된 것 같다"고 당시 얻은 경험을 밝히며 "넷플릭스도 처음엔 DVD를 우편으로 보내주는 역할을 했다. 소도시엔 없을 영화를 메일링 통해 보내드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다. 그때 느낀 게 사람들이 참 다르지 않고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비디오라는 매체가 사람들을 연결했다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넷플릭스에서도 많은 거장들과 작업을 하지만 많은 분들의 입봉작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기회를 더 많이 드리려고 한다. 고전도 많이 보시길 바란다. 황금 같은 인사이트를 줄 것이니 고전이나 옛날 영화들도 보시길 바란다. 키보드 한 번만 누르면 그런 걸 보실 수 있지 않나. 최적기이자 황금기다. 그걸 누려야 한다고 여긴다"라고 넷플릭스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외부와 연결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넓히는 경험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테드 서랜도스는 영화의 역할에 대해 "첫 번째는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 두 번째는 탈출이라고 생각한다. 두 시간 동안 다른 세계로 탈출하고 싶어야 하는 것이다. 좋은 영화는 둘 중 하나를 전달해 준다고 여긴다"라면서 "지금도 20년 전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나. 이런 영화들이 좋은 영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사람은 누구나 경험도 한정돼 있고, 만나는 사람도 뻔하다. 그걸 넓혀주는 게 좋은 영화라고 여긴다"고 좋은 영화의 의미를 언급하면서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줄 수도 있고, 전혀 모르던 직업 세계를 파고들 수도 있고.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할 수도 있다. 둘만 나오는데 그 둘의 관계를 지독하게 파고들 수 있다. 나와는 다른 사람. 내 식구나 친구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과 세계를 실감 나게 보여주는 것. 그것을 연결시키는 작품이 좋은 영화인 것 같다. 그걸 보면 자기가 넓어지지 않나"라고 말했다.
물론 코로나19를 거치며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고, 이에 영화를 둘러싼 의미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과거에는 극장에서 함께 관람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다면 지금은 OTT 등을 통해 모바일로 영화를 보기도 하는데, 'OTT 통한 관람을 제대로 된 영화 관람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의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하는 것.
테드 서랜도스는 "영화계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기술도 다양하고, 이런 기술들을 활용해 좋은 스토리텔러가 훌륭한 스토리텔러로 변모할 수 있다고 여긴다. 많은 툴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서 "우리는 영화를 어떻게 소비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도 여전히 캄캄한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것도 좋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제는 방법이 더 다양해졌다. 다양하게 영화의 세계에 빠질 수 있다. 시네필이 되기에도 황금기라고 여긴다. 그런 경험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먼저 "크게 봤을 때 영화의 미래는 결국 다양성의 증가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다. 만드는 입장에서도 몇십 년 전엔 정말 엄청 큰 카메라와 그것을 아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술자들이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도 영화를 만든다. 그건 내가 여러 번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정식으로 극장 개봉도 한다. 만드는 데 있어서 장벽은 낮아졌다. 이제는 편집툴도 누구나 다룬다. 전문가 없이도 더 기발하게 만들기도 하고, 전문가가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하기도 한다"고 영화 촬영 과정의 변화에 대해 먼저 짚었다.
그러면서 "보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극장에서 보는 것도 좋다고 말해 고맙고 반가운데, 지금은 극장에서만 보는 시대는 아니다. 다만 전화기로만 보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만큼은 나도 힘들더라. 집에서 영화를 보고, 이런 걸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더 좋은 소식은 지금 당장 개봉하는 영화만 보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 다양한 영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집에서 관심도 없었던 영화를 갑자기 알게 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