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수능 발언, '킬러 문항' 공개되자 분위기 반전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3.06.21 00:00
수정 2023.06.21 00:47

초기 '교육 현장 혼란 초래' 비난 여론

초고교 수준 '킬러 문항' 실상에 반전

이재명도 대선 공약에 포함시키기도

與 "공교육 정상화, 野도 공감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 대통령이 '난이도' 관련 발언으로 교육 현장에 일대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왔으나, '킬러 문항'의 실상이 공개되면서 '옳은 방향'이라는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킬러 문항'은 고교 공교육 수준을 뛰어넘는 대학 수준의 풀기 어려운 수능 문제를 말한다. 통상 과목당 1~2 문항 정도가 출제되는데,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됐다. 정답률 2%였던 2018년도 수학 가형 30번 문제가 대표적인 '킬러 문항'으로 꼽혔으며 이외에도 2020년 '바젤 협약', 2023년 '클라이버 기초 대사량 연구' 등 국어 영역에서 생소한 개념을 담은 지문들이 나오며 정답률이 20% 수준을 밑도는 문항들이 있었다.


문제는 공교육으로는 '킬러 문항' 대비에 한계가 있기에 수험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는 26조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는 2017년과 비교해 약 50%나 상승한 액수다. '킬러 문항'을 맞추느냐 못 맞추느냐로 수능의 성패가 갈리기 시작했던 시점과 대략 일치한다.


특히 '킬러 문항' 배제는 3달 전에 이미 예고가 됐다.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 추진됐으며, 이는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의 일환이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이 등장하자 원칙을 재확인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2020년 수능 국어 영역의 '킬러 문항'으로 꼽혔던 이른바 '바젤 협약' 문항 ⓒ교육부

이와 관련해 이주호 교육부총리는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를 출제한다는 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단 지적이 오래 있어왔다"며 "학원만 배불리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수차례 대통령의 지적이 있었음에도 교육부가 신속히 대책을 내놓지 못해 죄송하다"고 책임을 통감한 바 있다.


무엇보다 '킬러 문항' 배제는 윤석열 정부뿐만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후보 시절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초고난도 문항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킬러 문항'을 사교육비 폭증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인식은 현 정부와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이를 고려한 듯 민주당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박광온 원내대표는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사교육비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라며 "공교육 투자를 늘려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고 대학 서열화를 줄일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여전히 날은 세웠지만 "교육 문외한인 윤 대통령의 수능 훈수질" 등 이전까지 민주당의 비판 강도와 비교하면 온도차가 분명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라는 왜곡된 교육 현실을 바로잡아 무너지고 있는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교육 개혁의 본질"이라며 "민주당도 사교육을 근절하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개혁의 시급함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혁'은 늘 저항에 부딪혀 왔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교육 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교육'만큼은 정쟁의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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