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김진태 "강원특별법 통과될 때까지 국회 농성천막 떠나지 않겠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3.05.23 05:00 수정 2023.05.23 05:00

행안위 보이콧 사태, 강원특별법에 유탄

'장제원 사과' 요구하며 법안심사 거부

金 "얼마나 쌓인 게 많은지 모르겠지만

관계도 없는 강원특별법을 볼모로…"

김진태 강원도지사 등이 22일 오전 서울 국회본청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강원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1소위에서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과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이 처리된 순간, 정작 행안위 회의실이 있는 국회본청 4층 복도에 주저앉아있던 국민들의 손에는 다른 구호가 적힌 피켓이 들려있었다. '강원특별법 전부개정안 5월 국회통과 기원' '강원특별법 법안심사 불발 강력히 규탄한다' 등이 그것이었다.


강원도민들은 강원특별법 개정안의 5월 임시국회내 처리를 요구하며 22일 국회 상경투쟁을 벌였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 이민찬 상근부대변인 등이 도민들과 함께 복도에 주저앉아 강원특별법도 소위에 상정해 심사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성만 의원과 언쟁을 벌인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행정안전위원장의 사과가 있기 전에는 법안심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국회본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한 김진태 지사는 데일리안 취재진과 만나 현장 인터뷰를 가졌다. 재선 의원 경력의 김 지사도 예상치 못한 사태 전개에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진태 지사는 "김교흥 의원이 장제원 위원장의 회의 진행에 그동안 얼마나 불만이 있고 쌓인 게 많은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그것을 가지고 전혀 관계도 없는 강원특별법 상정을 안한다는 것은……"이라고 채 말을 끝맺지 못했다.


이날의 법안1소위는 원래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강원특별법) 상정 및 심사를 위해 일정이 잡힌 것이었다. 이날 오후 국회본청에서 김 지사와 만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오늘 당장 소위에 안건으로 채택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당연히 오늘 처리돼야할 법이 상황이 생겨서 늦어지게 돼 너무나 죄송하다"고 말했다.


법안1소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행안위 민주당 간사 김교흥 의원도 이날 소회의실 앞에서 김 지사와 만나 "내가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려는 것도 아닌데 왜들 이러느냐"며 "오늘 소위가 잡힌 것은 원래가 강원도법 때문에 잡힌 것"이라고 확인했다.


원래 강원특별법 처리하려 잡았던 소위
놀랍게도 강원특별법은 빼고 2건 처리
김진태 "강원도민 우롱하는 것 아니냐
국회, 싸우면서도 할 것은 해야하는 곳"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도민들이 22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에정된 국회 행안위 회의실 앞에서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강원특별자치도법 심사를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런데 왜 강원도민들이 상경투쟁을 벌이고 국회가 소란에 빠져야 했을까. 시계는 일주일 전인 지난 16일로 되돌아간다. 당시 행안위는 중앙선관위를 상대로 현안질의를 벌이고 있었는데, 장제원 위원장이 직접 질의를 이어가자 이성만 의원은 "사회를 봐야지 지금 뭣하는 것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장 위원장은 "소리 지를 힘이 남았느냐"며 "(자리를) 왼쪽으로 옮긴 것,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맞받았다. 이 의원이 2021년 5·2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돼 민주당을 탈당하게 되면서, 자리가 위원장 기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겨진 것을 꼬집은 것이다.


아픈 곳을 찔린 이 의원은 "위원장이 말을 함부로 한다. 싸가지 없이 말아야"라고 격노했고, 장 위원장은 "계속 떠들어보라. 어디서 반말이냐"고 대응했다. 아수라장 끝에 행안위가 정회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장 위원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며 상임위 보이콧에 돌입했다.


김교흥 의원이 이날 "피켓을 이런 (강원특별법 관련의) 것을 들고 있지 말고 '장제원 사과하라' 이런 것을 들라"며 "장제원 위원장이 사과하면 강원도법은 그냥 된다니까"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진태 지사는 "(김교흥 의원이)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았느냐. (강원특별법) 그것 때문에 (소위를) 잡았다고"라며 "위원장에 대한 항의의 차원에서 보이콧을 한다면 '김남국 방지법'과 전세사기법, 두 개는 왜 해주느냐. 강원도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전에도 국회란 곳이 고성도 오가고 파행 사태도 많았지만, 다른 법을 볼모 삼아서 이렇게 하는 경우는 못 봤던 것 같다"며 "싸우면서도 할 것은 해야하는 것 아니냐. 너무한 것 같다"고 탄식했다.


김교흥 의원이 끝내 강원특별법 심사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법안1소위에 돌입하자 강원도민들이 격앙됐다. 본청내 소란이 심해지자 행안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이 현장을 찾았다. 이 의원은 법안2소위원장으로서 1소위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으나, 행안위 여당 간사로서 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과 접점을 찾겠다며 도민들을 다독였다.


김진태 지사는 "이만희 간사가 김교흥 간사와 협상을 해나가고 있는데, 내일(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이라 의원들이 없다고 한다. 행안위 전체회의 전에 소위가 열린다는 것은 어려워진 것"이라면서도 "24일 오전에 행안위 전체회의를 열어 '김남국 방지법'과 전세사기법을 의결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장제원 위원장의 입장 표명이나 상황 변화가 있어야 하니, 그러면 오후에 소위를 다시 열 수도 있지 않겠느냐. 그래야 강원도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내려놓지 않았다.


5월 임시국회내 처리되지 않으면 6월
11일 '빈껍데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金 "전북 민주당 의원들도 도우려 해
잘 준비된 개정안, 어떻게든 처리돼야"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한기호·노용호 국민의힘 의원 등이 22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에정된 국회 행안위 회의실 앞에서 강원특별자치도법 심사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왜 이렇게까지 시간이 촉박해졌을까. 5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25일에 열린다. 본회의에 상정할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24일에는 행안위 전체회의가 잡혀있다. 이 행안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이날 법안소위가 열렸던 것이다. 법안은 소위와 상임위 전체회의, 본회의를 순서대로 밟아야 한다.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으로 여의도에서의 정치일정이 불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원특별법이 5월 임시국회 내에서 처리되기 위해서는 '끝의 끝'까지 몰린 셈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강원특별법은 5월 임시국회 내에서 처리돼야만 할까. 실은 강원특별법 원안은 지난해 이미 의결돼 내달 1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의 직할로 강원특별자치도를 설치한다' '강원특별자치도의 관할구역은 종전의 강원도의 관할구역으로 한다' 등 전체 23개 조문의 소략한 법이다. 제주특별법이 481개 조문에 걸쳐 각종 특례를 세세히 규정한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김진태 지사는 "가만히 있어도 6월 11일에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법 시행일이 그렇게 돼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런데 아무런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라고 토로했다.


이어 "'6월 11일부터 강원특별자치도로 한다'는 선언조항 밖에 없다"며 "아무런 발전된 내용 없이 그것을 출범하게 되면 정말 강원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잘 준비된 법 개정안을 국회에 넘겨놨는데 그냥 6월 11일을 넘기면 도민에 대한 신뢰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그 안에 어떻게라도 테이블에 좀 올려놓고 심의를 해서 처리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니겠느냐"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연말 통과된 전북특별법도 총 27개 조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난달 치러진 전북 전주을 재선거 과정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전북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이 숨죽이며 강원특별법의 처리 추이를 지켜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진태 지사는 "전라북도의 민주당 의원들 중에서도 심정적으로 우리에게 공감을 표하면서 도와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의원들이 감지되고 있다"며 "강원특별자치도가 앞에서 먼저 선도 역할을 해서 전북특별자치도도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겠느냐. 전북도 그렇고, 경기북도도 그렇고, 여기가 힘들면 다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경내에 어둠이 깔릴 무렵, 김 지사는 천막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많은 도민들까지 상경투쟁을 하게 해서 도지사로서 면목이 없다. 이게 처리가 될 때까지 국회 앞에 어렵게 친 농성텐트를 지키겠다. 법이 통과될 때까지 여기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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