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證, 오너 리스크로 초대형 IB 꿈 제동 걸리나
입력 2023.05.03 07:00
수정 2023.05.03 07:00
김익래 회장 불공정거래 연루 의혹 커지며 악재
개인 고객 비중 커 이탈 현실화시 뼈아픈 상황
상반기 발행어음업 인가 신청 차질 빚어질 듯
키움증권이 오너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연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꿈이 위기에 처했다. 당초 연내 초대형 IB 인가를 받는 것이 목표였는데 오너 리스크로 인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당초 상반기 내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해 연내 인가를 받는다는 목표를 세워뒀지만 이번 오너의 불공정거래 연루 의혹으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20일 시간외 대량 매매(블록딜)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매각해 605억원을 확보했는데 이후 2거래일만에 주가가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폭락을 예견한 듯한 매도 타이밍 때문에 필연과 우연 사이에 의혹의 경계에 놓여져 있었는데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가 김 회장을 주가 조작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이러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김 회장과 키움증권이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검찰과 금융당국이 합동수사팀을 꾸려서 이번 사태 관련 조사에 나선 만큼 김 회장의 연루 여부가 향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형 증권사 사주가 불공정거래 연루 의혹을 받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다 작전세력과의 연루 의혹과 별도로 이번 사태의 주 원인인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발생하는 특이사항들을 통해 미리 인지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법적 책임과는 별도로 도덕적 책임은 피하기 어려워진 현실이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김 회장이 16년 전인 2007년에도 다우데이타 주식을 고점에서 매도한 뒤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한 사실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번 모두 우연의 일치라고 하더라도 신뢰성 훼손과 별개로 배신감 증대로 인한 고객 이탈이 현실화 될 수 있어 그룹의 주축 계열사인 키움증권으로서는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회사가 지난 2000년 키움닷컴증권이라는 사명으로 출범한 뒤 개인 고객 비중 확대를 기반으로 리테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점유율 1위로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고객 이탈은 뼈아픈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여기에 연내 초대형 IB 인가를 받아 성장에 가속 페달을 밟으려던 회사의 계획도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초대형 IB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 신청 서류를 접수해 인가를 획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 불거진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추진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초대형 IB를 신청하려면 별도 기준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해야 하는데 지난해 말 기준 키움증권의 자본총계는 4조691억원을 기록해 신청 자격은 갖춘 상태다.
초대형 IB 인가를 획득하면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어 자금력 확보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데 한층 유리해질 수 있고 유동성 위기에도 보다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IB로 지정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 5곳으로 이 중 국내에서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삼성증권을 제외한 4곳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21년 5월 발행어음업 인가를 획득한 미래에셋증권은 약 4년 가까이 걸렸다. 지난 2017년 7월 금융당국에 인가를 신청을 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 등의 과정을 거치며 3년 10개월 여 만에 인가를 받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서 초대형 IB 추진을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검찰과 함께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금융당국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