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학원비에 대리 뛰던 40대 가장, 만취 운전자에 사망했다
입력 2023.04.02 11:30
수정 2023.04.02 11:31
새벽에 대리운전 기사를 치어 숨지게 한 30대 만취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평호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A(37)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만취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하다 사망 사고를 일으켜 죄책이 무거운 점, 음주운전을 엄벌할 사회적 필요성이 큰 점, 피해자 유족의 엄벌 탄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A씨는 지난해 11월 8일 오전 3시 36분께 광주 광산구 흑석사거리에서 만취 상태로 졸음 운전하다 40대 남성 B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보행섬으로 돌진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B씨를 들이받았다.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74%(운전면허 취소 수치)으로, 지인과 과음한 뒤 전북에 있는 자택까지 가려고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코로나로 인해 생활고를 겪어 낮에는 신차 판매원, 밤에는 대리기사로 일하며 가장으로서 가족 부양에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일에는 두 딸의 학원비를 보태려 대리운전 장소로 이동하려고 보행섬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참변을 당했다.
광주지법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고, 검사는 형량이 너무 낮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만취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하다가 보행자를 사망하게 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의 유족들은 엄벌을 원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피해자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양형 조건을 살펴보면 원심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것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